★알송달송 삶★

눈물 젖은 햄버거

별고을 동재 2007. 12. 20. 18:37
 
 
 
 

      눈물 젖은 햄버거
      어제는 우리집사람의 월급날이었습니다. 넉넉치 못한 살림에..살아볼려고... 집사람은 집집마다 아이들을 가르치러 다니는 과학 방문교사랍니다. 참 똑똑하고 열심히 해서 그런지 그래도 그쪽분야에서는 재법 유명하고 꼭 집사람이 수업을 해주었으면 하는 학부모들이 많답니다. 그래서 여자월급치고는 많은 월급을 받죠, 그런데 그 힘들게번 월급을 저땜에 한푼도 쓰지 못하고 고스란히 다른사람에게 줄 수 밖에 없었답니다. 제가 모자라서 이곳저곳 저질러논곳이 많거든여..... 집사람 사무실앞까지 찾아가서 월급을 받아들고 돌아오는데... 집사람이 몸이 아프다면서... "오늘은 수업을 못하겟다"그러더군요. 말은 안하지만 그맘이 오죽하겠나 싶어... 그럼 그러라고 하고 함께 집으로 돌아왔죠. 집에 돌아와서는 한끼도 안먹었다면서... 밥을 먹기는 그렇고 햄버거나 하나 사달라는거예요... 어디 조용한데 가서 이야기나 하면서 먹자고.... 포항에는 포항제철 직원들의 주택단지가 있어요... 얼마전부터 그곳에 스틸하우스 단지가 생기고 있더라구요. 우리집 사람 힘들지만 항상 하는말이 "우리도 빨리 돈 벌어서 저런 스틸하우스 짓고 당신친구들 불러서 정원에서 파티도 하고 그럼 좋겠다... "그러 거든요 아마 별로 가진게 없어서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도 못하는 제 모습이 안쓰러웠나봐요. 그래서 그 스틸하우스가 지어지는 길가에서 새롭게 지어지는 집들을 보면서 부러움섞인 눈으로 햄버거를 먹고 있었답니다. 그때 라디오에서 어느 연세많으신분이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늦게 운전면허를 따시고 할머니와 참 이쁘게 사시는 모습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거예요. 그걸 듣던 우리집사람이 먹다만 햄버거를 들고 갑자기 울음보가 터져 버렸습니다. 그동안 참아왔던게 한꺼번에 터져 버렸나봐요. 사실 저희들 진짜 힘들게 결혼했거든요. 아무것도 없는 그야말로 백수인 저를 만나서... 집에 눈치만 보면서 7년이나 연애아닌 연애를 하고 결혼했답니다. 가진것도 없고 배운것도 집사람보다는 모자라서 아마 장인 장모님한테 제 이야기를 하기가 많이 힘들었었나 보더라구요... 사실 저희 집이 참 어려웠거든요... 홀어머니에 어릴때 소아마비를 앓았던 큰누나는 어려운집을 일으켜 볼려고 빛을 내서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는 바람에... 한참을 숨어지내야 했구요... 성질이 못되서 그런지 누가 손만대도 기절해버렷던 작은누나는 갑작스런 이혼으로 어린 조카와 함게 힘들게 살았구요. 어릴때 큰 수술때문에 후유증으로 장애인이 된 형은 항상 주변사람에게 이용만 당하다가 꼬임에 빠져서 사고를 치는바람에 교도소에 있었구요. 막내인 동생은 만성신부전증이란 병에 걸려서 매일 병원가기 바빴구요, 그런집에 장남아닌 장남이 되어버린 저를 그저 성실한거 하나보고 나만 바라보고 결혼해 준 천사같은 우리 집사람이랍니다. 어렵지만 공부는 때가 있다고 저에게 용기를 주어서 야간대학에 다닐 수 있도록 해 주었고, 쪼들리는 생활비를 쪼개고 쪼개서 학비를 만들어주는 우리집사람... 여러분은 이런 집사람이 상상이 되십니까? 결혼 4년이 다되가지만... 변변히 모아둔돈 한푼없어서... 매일 걱정만 하고 살지만 묵묵히 아무말 없이 지금껏 잘 참고 견뎌줫는데... 아침 아홉시면 불이나케 나가서 밤열시가 다되어야 집으로 돌아오는 참 힘든일인데 그렇게 고생하며 번 돈을 그렇게 남을줘야 한다는게 집사람에게는 얼마나 힘든일이었겠습니까... "자기야 나 소리내서 울어도 돼?"하면서 펑펑우는 집사람을 보면서... 바보같이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어께만 두드려주는 제 모습... 상상이 되시겠죠? 한참을 울다가 "자기야 우리도 정말 저런사람들 처럼 잘 살 수 있을꺼야"하며 오히려 절 위로하는 우리집사람... 그런 집사람에 모습을 보면서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얼마나 큰 힘을 얻는지 모른답니다. 요즘은 그래도 우리집 형편도 옛날보다는 나아져서 큰누님은 얼마전 부터 식당에 나가시면서 재기의 발판을 다지고 있구요, 작은누님은 어릴때 부터 특별히 뛰어난 글솜씨로 지금은 포항에서 알아주는 수필가로 활동하고 있구요, 형님은 교도소를 나와서 교도소에서 알게된 스님을 따라 절로 들어가셨구요, 동생은 다행히 큰누님의 신장을 받아서 이식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지금은 러시아로 유학을 떠난 상태랍니다. 동생말로는 러시아가 학비가 적게 든다나요... 항상 마음 조아리면서 힘들게 사신 어머니는 한푼이라도 도와야 한다면서... 집앞 길가에서 김밥장사를 하시고 계시답니다. 이렇게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데........ 조금만 더 노력하면 되는데......... 집사람에 가슴에... 제법 큰 상처를 안겨 줬나봅니다. 아무것도 가진게 없어서 집사람에게 변변히 해 줄 수 있는건 없지만... 항상 가슴에 아껴둔 사랑한다는 말을 이런자리를 빌어서 조심스럽게 꺼내 놓습니다. 힘들지만 진짜 조금만 참고 견디다 보면 우리도 정말 저런사람들처럼 잘 살 수 있을꺼야... 사랑한다 자기야~ 눈물범벅이된 햄버거를 버리지도 못하고 손에 꼭쥐고 돌아오던 우리는 수박씨 버리지말라는 말을 "씨부리지마"라는 말로 오해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배꼽이빠지게 웃으며 돌아왔답니다. 세상이 다꺼져버리는 눈물바다에 있다가 금새 모든걸 다 잊어버리고 웃을 수 있는 사람... 아마도 그런 사람이기에 못난 제 옆에서 절 도와주며 살 수 있지 않나 싶네요, 이런 사람을 어찌 사랑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감사합니다 . . . 이글은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