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1863년 淸방문 연행사 일행 모습 英런던대 보관
박주석 명지대 교수 “사진 발명 23년만에 찍은것”현존하는 사진 가운데 한국인을 모델로 한 최초의 사진 5점이 처음 공개됐다.
1863년 음력 1월 중국 방문 사절단인 조선 연행사(燕行使) 일행이 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 있는 러시아 공사관에서 러시아 사진가에게 의뢰해 자신들을 촬영한 사진으로, 한국인과 사진의 첫 만남을 보여 주는 사료다.
박주석(사진학) 명지대 교수는 최근 한국사진학회 학술지 ‘아우라(AURA)’에 발표한 논문 ‘사진과의 첫 만남-1863년 연행사 이의익 일행의 사진 발굴’을 통해 당시 사진들을 공개했다.
이들이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은 1999년 최인진 전 한국사진사연구소장이 쓴 ‘한국사진사’와 박태근 명지대 LG연암문고 연구원의 조사에 의해 처음 알려졌지만, 사진 실물은 2006년 1점만 공개됐을 뿐 나머지 5장을 포함해 6장 전체가 모두 공개되는 것은 처음이다.
조선 정부 관리였던 이의익 등 당시 연행사 일행의 행적을 기록한 ‘연행일기(燕行日記)’엔 1862년 연행사로 출발한 일행이 이듬해인 1863년 음력 1월 베이징에 있는 아라사관(俄羅斯館·러시아 공사관)에서 사진을 찍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동안 외국인이 찍은 최초의 한국인 사진으로는 1871년 신미양요 당시 영국인 사진가 펠릭스 비아토가 인천 강화도 광성보 전투 장면을 촬영한 사진과 같은 해 프랑스 사진가가 역관 오경석을 촬영한 사진 등으로 알려져 왔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1861∼64년 베이징에서 의료 선교활동을 했던 영국인 윌리엄 로크하트(1811∼1896)가 수집해 영국으로 가져간 것이다. 그는 1892년 이 사진들을 런던선교회에 기증했고 현재 런던대 동양 및 아프리카 연구학교(SOAS)가 위탁 보관 중이다.
박 교수와 명지대 LG연암문고는 최근 런던대의 한국학 교수인 마르티나 도히힐러 씨에게서 사진을 입수해 ‘연행일기’의 기록 등과 비교 연구한 결과, 연행일기에 나오는 사진과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 교수는 “당시 사진 행위의 주체는 사진을 찍는 사람(photographer)이라기보다 사진 찍히는 사람, 즉 사진 촬영을 주문하고 의자에 앉은 사람(sitter)”이라면서 “1840년 사진이 발명된 지 불과 23년 만에 조선인들이 외국 땅의 외국 공사관에서 적극적으로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은 한국 사진사는 물론 당시의 생활문화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 전 소장은 당시 연행사 일행의 중국 방문 경로를 답사하고 베이징의 러시아 공사관 위치 등을 추적해 그 과정을 사진으로 담아 1863년 연행사 일행 사진과 함께 사진전을 개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