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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 잡은 '낡은' 해안 초소

별고을 동재 2008. 7. 25. 08:11
해병 잡은 '낡은' 해안 초소
[조선일보] 2008년 07월 24일(목) 오전 03:31   가 | 이메일| 프린트
한밤중에 해안경계초소 지붕이 무너져 근무 중이던 해병대 초병(哨兵) 3명이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23일 0시쯤 경북 포항시 남구 대보면 대동배1리 해안초소에서 근무 중이던 해병대 1사단 해안경계대대 소속 주환기(22) 상병과 이태희(20) 이병, 이영호(21) 이병 등 3명이 무너진 초소 지붕에 깔려 쓰러져 있는 것을, 교대 근무자인 손모(22) 병장 등 2명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평소 해안경계 근무는 2명이 2시간씩 서지만, 이날은 이틀 전(지난 21일) 전입 온 이영호 이병에게 근무방법 등을 가르쳐주기 위해 3명이 함께 근무에 나섰다고 부대 관계자는 말했다.

손 병장 등은 "근무교대를 위해 초소에 갔더니, 이등병 2명은 무너져내린 콘크리트와 모래주머니 등에 파묻혀 있었고, 주 상병은 초소 바로 앞 높이 7m 절벽 아래에 떨어져 있었다"고 말했다. 주 상병은 초소 지붕이 무너질 때 그 파편 등에 맞아 튕겨져 나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병대측은 "밤 11시30분쯤 숨진 병사들로부터 '이상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사고는 11시30분에서 0시 사이에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고원인에 대해선 "30년 이상 돼 낡은 데다 오랫동안 해풍(海風) 등으로 부식된 초소가 10㎏짜리 모래주머니 40여개의 무게(약 400㎏)를 견디지 못해 무너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모래주머니들은 초소방어를 강화하기 위해 지난 달 중순 쌓은 것으로 밝혀졌다.



젊은 군인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초소는 서치라이트(탐조등)가 설치된 가로 4m×세로 4m×높이 2.5m의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다.

붕괴된 초소는 천장을 위에서 밟아놓은 듯한 모습이었고, 벽면들도 일부 파손돼 폐허(廢墟) 같았다. 초소를 덮고 있던 가로 5m×세로 5m×두께 15㎝의 지붕 상판은 완전히 무너졌으며, 지붕 위 모래주머니도 쏟아져내려 뒤범벅이 돼 있었다. 해병대측은 "초소 내에는 별다른 시설물이 없으며, 야간에 바다를 비추기 위한 서치라이트 1대만 설치돼 있다"고 말했다.

해병대는 이 초소가 1970년대에 지어졌다고 했다. 해병1사단 관할 구역 내에는 이와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서치라이트 초소가 13곳 더 있다. 해병대는 규정에 따라 4개월에 한 번씩 이들을 포함한 책임지역 내 모든 초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사고 초소의 경우 최근 간부들로 구성된 자체 팀을 꾸려 태풍 '갈매기'에 대비한 추가적인 안전점검도 실시했으나 별다른 이상 징후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한다.

해병대 관계자는 "지속적인 점검을 통해 벽면 균열, 파손 등 육안으로 확인되는 부분은 꾸준히 보수를 해왔으나, 내부 부식 등 눈으로 확인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점검은 소홀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숨진 주 상병은 전남 나주 동신대 경찰행정학과를 다니다가 지난해 1월 입대했다.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해 왔으며 평소에도 근무를 마친 뒤 시험공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희 이병은 대전 대덕대 경찰행정학과 재학 중 지난 4월 입대했으며, 태권도 2단의 유단자다. '포기하지 말자'는 생활신조를 갖고 있었다고 한다. 이영호 이병은 부산 동서대 관광학과를 다니다 지난 5월 입대했다. 이 두 이병은 밝고 명랑하게 군 생활을 했던 막내 병사들이었다고 한다.

숨진 병사 3명의 빈소는 해병대 1사단 포항병원 1층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오후 8시쯤 찾아간 빈소에는 유족들이 바닥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같은 부대 동료들은 15∼20명씩 줄을 지어 엄숙하게 조문을 하고 있었고, 육군 등 다른 부대에서 군복무를 하다가 소식을 듣고 휴가를 내 조문을 온 친구들도 보였다. 병원측은 "어처구니없는 사고 소식에 충격을 받아 모두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한밤중에 해안경계초소 지붕이 무너져 근무 중이던 해병대 초병(哨兵) 3명이 숨지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발생한 사고 현장. 병사들이 출입을 막고 있었다. 무너진 초소는 30년 이상 돼 낡은 데다 오랫동안 해풍(海風) 등으로 부식된 상태에 지난 달 중순 개인참호로 쓰기 위해 지붕 위에 쌓아놓은 10㎏짜리 모래주머니 40여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무너진것으로 보인다. /이재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