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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연주 전 KBS 사장이 배임을 했다는 것은 해괴한 논리"라며 "감사원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힘을 쓰는 세상이 훨씬 국민들에게 유리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안영배 전 국정홍보처 차장은 14일 저녁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공식홈페이지(사람사는 세상)에 올린 '대통령의 열정은 어디에서 오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노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 방문객들을 상대로 했던 '강연' 내용을 소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최근 KBS 사태에 대해 언급했다고 안 전 차장은 소개했다.
"정연주 사장이 배임을 했다는데, 배임을 했다고 가정하면 부당하게 이득을 본 사람은 국민입니다. 왜냐하면 상대가 정부니까요. KBS와 정부 간 소송에서 합의를 해서 KBS가 손해를 봤다면 덕을 본 건 정부죠. 정부가 덕을 봤으니까 그것은 국민에게 이익이 된 것 아니겠습니까?
정부가 덕을 보고, 국민이 덕을 봤는데 정부에서 그걸 문제 삼고 있습니다. 참 해괴한 논리입니다. 거기서 감사원이 총대를 메고 나섰습니다. 역사는 그런 것 같습니다, 앞으로 갔다 뒤로 갔다. 국민들이 눈 감고 있으면 계속 뒤로 갈 수도 있습니다."
물가·경제·사회양극화 등에 대해 설명한 노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에선 공정거래위원회가 힘깨나 썼는데, 요새는 감사원이 힘을 쓰고 있는 것 같다"며 "감사원이 아니라 공정거래위원회가 힘을 쓰는 세상이 훨씬 국민들에게 유리한 세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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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객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하자 노 전 대통령은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며 위로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안 전 차장은 "노 전 대통령은 '국가경제의 시스템이 붕괴된 1998년에도 국민들이 엄청난 고통을 겪었지만 단합해서 위기를 극복했고, 2003년에도 신용불량자 문제로 상당히 어려웠지만 잘 넘겼다'며 '이전의 위기들을 우리가 잘 넘겨왔다'는 점을 상기시켰다"고 소개했다.
어린이들을 만난 노 전 대통령은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지금 해야 하는 작은 일을 잘 해야 한다"며 "앞으로는 시키는 대로만 하고 시험만 잘 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을 찾아서 할 줄 아는 사람이 성공하는 시대로 간다. 학원은 시키는 일만 잘 하는 사람을 만든다. 학교생활을 잘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장만 하면 분배는 절로 된다? 80년대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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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가 내세운 '작은 정부'와 '공기업 민영화' 등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은 '강연'했다.
"성장만 하면 분배는 절로 된다, 이건 80년대까지의 논리고 상당 부분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후에는 달라졌는데도 옛날 노래를 계속 부르고 있습니다. 세금 깎아주면 경제가 성장한다, 작은 정부해야 경제가 성장한다, 이건 보수의 논리로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민영화하면 경제가 활성화된다, 이건 절반은 맞고 절반은 거짓말입니다. 깊이 따져봐야 합니다. 민영화하면 공공요금도 내리고 효율성도 올라간다, 이건 아닙니다. 센 놈만 밀어주라, 이건 그들끼리의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인데 결코 좋은 세상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보수의 금과옥조입니다."
안 전 차장은 "노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보수의 거짓말을 낱낱이 알아야, 자기의 이익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진보한다'고 강조했다"며 다음과 같은 발언도 했다고 소개했다.
"왕과 귀족이 누리던 권리를 모든 국민이 함께 누리는 사회로 가는 것, 인간의 권리가 확대되어 나가는 게 역사의 진보라고 생각합니다. 자유와 평등이 꽃피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게 진보입니다. 진보의 철학은 연대입니다. 가난한 사람끼리 의지하고, 또 힘 있는 사람과 가난한 사람끼리도 의지하고, 서울 사람과 지방 사람이 의지하는, 그래서 모든 사람이 의지하고 협력하는 사회가 진보의 가치입니다."
"보수도 아니면서, 기득권도 없으면서 보수의 노래를 따라 불러서는 안 됩니다. 나한테 손해가 되더라도 나라가 잘 된다면 따라 불러야죠. 그러나 그렇게 해서는 절대로 나라가 잘 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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