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서승욱.남궁욱]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관심은 경제 위기 극복 못지않게 교육 문제에 쏠려 있다. 그는 올 초 신년 국정연설에서 “교육개혁만큼은 어떠한 어려움이 있어도 반드시 이뤄낼 것”이라고 다짐했다. 박형준 청와대 홍보기획관은 최근 TV시사프로에서 “이 대통령은 가장 중요한 국가프로젝트의 하나로 교육을 꼽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에게 2월은 ‘교육의 달’이라 부를 만하다. 12일엔 ‘사교육 없는 학교’로 유명한 덕성여중을 직접 찾았다. 대학들의 본고사 도입 여부가 논란이 되고, 학업 성취도 평가 왜곡 사건까지 겹치며 교육 문제는 대통령 주재 참모회의의 단골 메뉴가 됐다. 23일 방송될 아홉 번째 라디오 연설의 주제도 ‘교육과 입시제도’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관계자들 사이엔 18일 열린 수석비서관회의가 회자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교육에 대한 소신을 격정적으로 토로했다고 복수의 청와대 관계자들이 전했다. 입시와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 대한 의지, 서울대 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 등 이 대통령의 신념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는 평가다.
◆“인간이 가장 고등한 동물인데 …”=이 대통령은 수석회의에서 자신이 즐겨보는 TV프로그램 ‘동물의 왕국’을 거론했다. “‘동물의 왕국’을 보면 고등한 동물일수록 새끼들을 어미 품에서 일찍 독립시킨다. 인간이 가장 고등한 동물인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공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집도 사 주고, 심지어 사업자금까지도 모두 대줘야 하는 형편이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이런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입시제도와 입사문제 때문”이라며 “입시제도를 잘 정비하고, 취직이 잘될 수 있도록 해야 부모들이 걱정 없이 자녀들을 독립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어떤 곳은 서울대 출신 90%”=서울대 독주 현상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이 대통령은 본인이 방문했던 유럽의 한 나라를 거론하며 “이 나라의 총리와 각료들 70% 이상이 특정 대학 출신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런 편중현상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와서 알아보니 우리나라는 더 심각하더라. 특히 어떤 분야는 서울대 출신이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얘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대 출신이 집중된 분야를 특정해 말하진 않았다고 한다.
다만 참모들 사이에선 “발언 당시 정동기 민정수석을 바라보면서 말을 했기 때문에 법조계를 말하는 것 같다”거나 “성적 우대, 학벌 우대 현상의 일반적인 폐해를 지적한 것”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이 대통령은 이어 “각 수석실별로 대통령 자문단을 만들 때에는 다양한 대학, 특히 지방대 출신들까지 포함시켜 다양한 여론을 들을 수 있도록 각별히 유의하라”고 지시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서울대엔 XX학과도 있다”=서울대의 한 특정 학과를 지목하기도 했다. 교육 문제에 관해 열변을 토하던 이 대통령이 “서울대에 XX학과가 있느냐”고 묻자 참석자들은 “그렇다”고 답변했다는 전언이다. 물론 이 대통령은 서울대에 이 학과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서울시장 재임 시절이나 대통령 후보 때부터 ‘교육과 서울대 문제’를 거론할 때마다 단골로 이 학과를 거론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의 한 측근은 “서울대가 XX학과까지 두고 우수한 학생들을 독식하려고 드니 대학별 특성화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게 이 대통령의 소신”이라며 “그런 맥락에서 나온 얘기일 뿐 XX학과가 문제란 얘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