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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엽 도쿄돔 천장 직격타 신고식, 그리고 '특별룰'

별고을 동재 2009. 5. 12. 08:38

이승엽 도쿄돔 천장 직격타 신고식, 그리고 '특별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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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뉴스24>


지난 9일 도쿄돔서 열린 요미우리-주니치전. 4회 이승엽이 친 홈런성 타구가 워낙 높이 치솟아 도쿄돔 천장을 강타한 일이 있었다. 타구는 천장을 맞고 굴절되며 그대로 우익수 앞에 떨어져 2루타로 기록됐다.

이 타구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얘기가 쏟아졌다. 타구가 도쿄돔 천장을 때리는 일은 흔치 않아 그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화제가 되곤 한다. 천장이 있는 돔구장의 특성상 '특별룰'이 있기 때문이다.

이승엽의 타구가 천장에 닿지 않았으면 홈런이 되었겠느냐 하는 것이 팬들의 우선적인 관심사다. 이에 대해 이승엽 자신은 "나는 스탠드에 들어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트에 정확하게 맞지 않아 아마 천장에 닿지 않았어도 담장을 넘지 않았을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타구의 궤적을 그려보면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어갔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더구나 이승엽은 그 전 두경기에서 연속 홈런을 치고 있었으니, '천장'이 3경기 연속 홈런을 앗아간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듯 천장이 있는 구장인 만큼 그로 인한 사연도 많다. 도쿄돔 설립 당시만 해도 나가시마 시게오 종신명예 감독은 "천장에 공을 맞히는 일은 무리"라고 말한 바 있으나 야구선수들의 파워가 날로 좋아지고, 또 힘있는 용병타자들이 늘어나다보니 도쿄돔 천장을 맞히는 일은 이제 '연중행사'가 돼버렸다.

최초로 도쿄돔 구장을 맞힌 주인공은 1988년 7월7일 달러스 윌리엄스(한큐)였다. 이후 하라 다쓰노리, 마쓰이 히데키(이상 전 요미우리), 알렉스 카브레라(세이부), 브라이언트(전 긴데쓰) 등이 천장 또는 천장에 매달린 조명기기나 스피커, 기타 부착물 등을 직격하는 타구를 날려보냈다.

[사진=도쿄돔 천장에 설치된 카메라와 스피커]

하지만 이승엽도 그랬듯, 도쿄돔의 천장 및 천장 부착물에 타구가 맞을 경우 '특별룰'이 적용된다. 이 룰은 타자들에게 다소 불리한 편이다.

'천장 직격타' 제1호였던 윌리엄스의 타구는 3층 내야석에 떨어져 파울로 선언된 바 있고, 2005년 7월30일 요미우리-주니치전에서 통산 350홈런에 도전 중이던 요미우리 에토 아키라는 특대 포물선을 그려냈지만, 천장에 맞고 그대로 타구가 낙하됨에 따라 공식 홈런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지난 2007년 올스타전 때는 야마사키 다케시(라쿠텐)가 '천장 직격 3루수 플라이'로 물러나기도 했다.

<도쿄돔 특별 야구 규칙>

▲천장에 타구가 접촉했을 경우= 인플레이 상태로 플레이는 속행된다. 낙하한 타구를 야수가 직접 잡을 경우 아웃으로 인정되며, 타구가 낙하한 지점 또는 야수가 공을 접한 지점에서 페어 또는 파울을 판단한다.(이승엽의 타구가 이 룰 적응으로 2루타가 됐다)

▲천장의 부착물에 타구가 접촉했을 경우= 외야 페어지역에서 천장 부착물에 타구가 직접 접촉할 경우 홈런으로 인정한다.

▲타구가 천장 구멍, 부착물 사이에 끼어 떨어지지 않을 경우= 2루타 처리한다. 단 파울지역이면 파울로 판정한다.


이 규칙이 행운을 가져다준 선수들도 있었다. 지난해 6월7일 지바롯데의 용병 4번타자 줄레터가 도쿄돔 외야 좌익수 자리 윗부분의 천장에 있는 조명을 직격, 홈런으로 인정받았다. 타구가 천장을 맞추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홈런이 인정되는 지역에 공이 닿아 '인정 홈런'이 된 것은 줄레터의 타구 포함 단 두 차례 뿐이었다. 지난 1990년 6월6일 니혼햄전서 긴테쓰 버팔로스의 랄프 브라이언트가 중견수 선상에 위치한 스피커를 직타해 고물로 만들며 홈런으로 인정된 적이 있다.

또한 올 시즌에는 지난 9일 주니치 블랑코가 구장은 다르지만 나고야돔서 천장에 부착된 카메라를 때려 추정비거리 150m짜리 인정홈런을 기록했다.

지난 2002년에는 도쿄돔 역사상 가장 희귀한 일이 발생했다. 그 주인공은 바로 마쓰이 히데키(당시 요미우리, 현 양키스). 그의 타구는 천장 틈새를 가로질러 사라져버렸다. 이 공은 이틀 후 발견돼 '환상의 돔구장 장외볼'이라고 불리며 현재 일본야구체육박물관에 보존돼 있다. 장외로 날아갔어도 규칙은 규칙, 마쓰이의 타구는 2루타로 인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