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donesia에서★

故 고미영 일기장 입수

별고을 동재 2009. 7. 15. 08:30

故 고미영 일기장 입수

바람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얼굴
마음은 당신을 향해만 열려있어
깎아지를 듯 한 산이 용기 일깨워
산악인으로서 강한 집념도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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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 입력 2009.07.14 23:23 | 수정 2009.07.14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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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10월 히말라야 시샤팡마를 오르고 있는 등반가 고영미 (코오롱스포츠 챌린지팀 제공)

'산 앞에서는 겸손해야 한다.'
영원히 히말라야 품에 잠든 여성산악인 고미영씨가 생전에 자신의 열정과 꿈을 기록해 둔 비망록이 발견됐다.

14일 스포츠칸이 고씨의 가족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다이어리식 일기장과 수첩 및 사진에는 고씨가 가슴 깊이 간직해 온 '산 사랑'이 빼곡히 담겨 있다. 그가 겪은 좌절과 고통의 순간, 자연 속에서 너무도 나약해진 자신의 모습, 그리고 이들을 극복하고 정상을 정복한 열정도 실려 있다. |관련기사 19면

한 장의 종이에 마치 낙서를 한 듯한 글에서 그는 "산과 겨뤄서는 안 된다"고 자연의 위대함을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그는 "뭔가를 이뤄내기 위해서는 물질적인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불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한다"고 자신을 다독이기도 했다.

그는 또 '깎아 지를 듯한 산들이 용기와 자유를 일깨워 준다"며 "내 마음을 채워주는 것은 욕망이 아니라 오직 전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기도 했다.

고씨는 일기장 곳곳에서 빼어난 글솜씨를 뽐내기도 했다. "희미한 정오의 햇빛 속으로 흔들리며 풍랑이 지나간다. 처량한 산들이 지나가고 있다" "돌연 심장의 고동이 멎는 것 같다" 등의 표현에서는 문학소녀의 감성이 묻어나는 듯했다.

스포츠칸이 단독 입수한 故 고미영씨의 다이어리식 일기장. 이제 유품이 된 일기장에는 고씨 가슴 깊이 간직해 온 산에 대한 꿈과 열정이 빼곡히 남아 있다. 이석우기자

"바람소리에서 외로움을 느끼고, 밤새 그리운 사람의 얼굴을 떠올린다"는 등 사랑하는 사람을 향한 여인의 애틋한 감정도 드러냈다.

한편 고씨의 친오빠인 고석균씨는 이날 스포츠칸에 일기장과 생전 모습이 담긴 사진첩 등을 건네면서 "미영이는 강인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 따뜻한 천생 여자였다"며 "자신이 사랑한 산과 삶에 대해 책을 쓰기 위해 그날그날의 일들을 기록으로 남겨 왔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미영이의 끊임없는 도전정신과 열정이 지금 힘든 삶을 꾸려가는 사람들에게 작으나마 용기를 줬으면 좋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