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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11시 45분, 정운찬 총리는 기차를 타고 조치원역에 내렸다. 정 총리는 이날부터 이틀간 연기군 곳곳을 들러 지역주민들을 만날 계획이었다.
이날 조치원역에는 정 총리를 마중 나온 오병주 한나라당 공주·연기당협위원장과 연기군청년실업대책협의회 권대혁씨 등 한나라당 사람들과 경찰 등만 보였다. 권대혁씨 등이 내건 "정운찬 총리님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플래카드만 보일 뿐, 연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환영하는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이날 경찰이 조치원읍내 주변을 전경으로 에워싸고 조치원역 주변을 점검하는 모습에서, 보호막 속에 갇혀 연기군을 방문하는 정 총리 일행의 위기감을 엿볼 수 있었다.
오후 1시 30분 무렵 조치원 재래시장에 들어선 정운찬 총리는 시장 입구 호빵집에서 발길을 멈추었다. 정 총리가 "호빵 맛있냐? 장사는 잘되냐?"고 묻자, 호빵을 팔던 아주머니는 "너무 어렵다. 진짜 연기군이 너무 힘들다"며 "연기군을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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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정운찬 총리가 "빵 맛있다"고 답했다. 이에 아주머니는 "서민이 살아야지, 연기군민들이 너무 힘들어 죽겠다"고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정운찬 총리는 이 가게에서 5만 원어치 빵값을 계산하고 다시 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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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갑자기 군중 속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행정 없는 세종시는 가짜다! 가짜는 진짜가 될 수 없다. 행정 없는 세종시는 가짜다!"라고 외치는 사람이 나타났다. 그러자 정운찬 총리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고, 고함을 쳤던 사람은 경호원들과 경찰에 의해 제압당했다.
정 총리가 몇 발자국 더 가자, 이번엔 민주당의 김부유씨가 또다시 "정운찬 총리는 사퇴하라! 정운찬 총리는 사퇴하라!"라고 외쳤다. 역시 경찰과 경호원들에 의해 김부유씨는 밀려나고, 정운찬 총리는 다시 시장 안쪽으로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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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고함과 항의 소란이 있고 나서, 재래시장 상인들이 정운찬 총리 앞길에 소금을 뿌리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들은 "세종시 원안을 추진하지 않는 정 총리가 수정안을 들고 무슨 낯짝으로 연기지역을 방문하냐"며 그 때문에 시장 바닥에 소금을 뿌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정운찬 총리가 또 한 군데 상가에 들어서자, 이번에는 "세종시가 다 건설되고 있는 거잖아요. 왜 국회에서 다 통과되었는데 세종시를 안 하냐?"고 따지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 총리는 얼굴을 붉히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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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정 총리는 건어물 가게에서 "충남에서 온 물건도 있냐"고 물었다. "서천에서 온 멸치가 있다"고 답하자 정 총리는 3만 원짜리를 하나 달라고 했다. 옆에 있던 어떤 아주머니가 "저도 멸치 좀 하나 사주세요!"라고 외치자, 정 총리가 관심을 보이며 "세종시 수정안이 연기군민들이 잘살 수 있는 안"이라고 설득했다.
그러자 그 아주머니는 "아니죠. 원안 사수를 해야죠. 원안사수를 위해 행정도시 투쟁을 해주세요"라고 말했다. 뒤에서는 어느 할아버지가 "이명박이 밑에서 부끄럽지도 않나요. 부끄러운 것도 구분 못하냐?"고 꾸짖었다.
정운찬 총리는 시장에서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하자 바삐 시장을 빠져나갔고, 대기해 있던 버스를 타고 조치원읍 침산동을 지나 남면 진의리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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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남면 진의리에서는 주민들과 '대화의 시간'이 마련됐다. 그런데 이날 행사가 "묘를 이장해주고 마을의 문화재 보존 등을 해주면 머리띠 두르고 수정안(찬성)에 앞장서겠다"는 등의 발언을 반복하는 이들 위주로 진행돼, 나중에는 기자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또한 행사장 바깥에 있던 주민들은 "즈그덜끼리 짜고 해달래. 악을 쓰고 반대했던 사람들이 땅 물려달라고 해. 노인네들이 아무것두 몰러요. 타동네 사람들만 들어갔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한편 정운찬 총리는 이날 오후 대전에 들르고, 17일에는 기룡리 사랑의집(9시)과 조치원읍 장로교회(11시)를 방문하고 낮 12시에는 지역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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