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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양준혁의 눈과 지미 카터의 눈

별고을 동재 2010. 11. 28. 09:39

양준혁의 눈과 지미 카터의 눈   

한국시리즈가 있기 전에 김성근 감독은 양준혁의 문제에 대해 언급을 하였습니다. 양준혁이 엔트리에서 제외되어 있으면서도 삼성 벤치를 지키고 있는 것은 엄연한 룰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것입니다. 김성근 감독에게는 양준혁이 벤치를 지키고 있는 것이 위협으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가 만약 어떤 영향도 발휘할 수 없다고 믿었다면 좋은게 좋은 것이라고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승부에 작은 영향이라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삼성벤치에서 양준혁을 몰아내었던 것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입장에서는 '코치를 한 명 더 앉혀주는 격'이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김성근 감독만의 '피해의식'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양준혁의 존재로 말미암은 삼성 라이온즈의 힘에 관해서는 선동렬도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선동렬 감독은 양준혁이 벤치에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할 뿐더러 매우 든든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이미 은퇴를 선언했고, 퇴물이나 다름없는 은퇴선수를 굳이 데리고 동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포츠면을 살펴보면 선동렬 감독은 양준혁이 삼성 벤치에 앉아주는 것을 매우 기쁘고 든든하게 여기고 있다는 감을 잡게하는 기사들이 심심찮게 올라옵니다.

그것은 아마 대구 팬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골수 삼성라이온즈의 팬인 저에게 있어서도 양준혁이 벤치에 앉아 있는 것은 삼성라이온즈의 상승세를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의 눈썰미를 통해서 후배들에게 한마디씩 하는 조언은 분명히 코치들이 하는 것보다 더 큰 파워를 가지고 있을 것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현역생활에서 은퇴한지 오래된 코치들의 감각보다가는 그래도 여전히 현역생활을 했던 선배의 조언은 보다 더 생동감 있고 현실적일 수도 있습니다.

지미 카터 대통령의 왕성한 행동에 대해서도 미국에서는 그리 부정적이지 않아 보입니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그는 지나간 대통령으로써 국제적 활동을 왕성하게 하고 있습니다. 지미 카터는 특히 기독교에서 매우 유명한 인물입니다. 그의 고향은 땅콩 농사를 짓는 곳이었는데, 그는 백악관에 있으면서도, 주일(일요일)이면 반드시 자기 고향 교회로 비행기를 타고 가서 자기가 맡고 있었던 어린이반을 계속 맡아서 가르쳤습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미국의 대통령은 내 부업이고, 나의 본업은 XX교회 유년주일학교 교사입니다.'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양준혁과 지미카터는 그래서 비슷한 점이 많아보입니다. 은퇴선수로써, 현역들과 같이 벤치에 앉아서 힘이 되고 주고 있었던 맏형님 양준혁이 있었다면, 미국에는 은퇴한 과거 대통령으로써, 현역 대통령에게 힘이 되어주는 지미 카터가 있었습니다. 둘의 공통점은 제왕적 권위주의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며, 오직 겸손의 봉사가 있었다는 것입니다. 상왕이 되려고 하는 한국의 은퇴정치인, 김대중, 김영삼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스크랩되고 있습니다. 상왕으로 남으려고 나름대로 수를 쓰는 그들은 추해보이지만, 현역들과 함께 숨을 쉬면서도, 상왕의 자세를 버리고 있는 양준혁의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해보입니다.

대구 경북권의 삼성라이온즈 팬들에게 있어서, 이만수와 양준혁은 살아있는 전설이요, 살아있는 영웅입니다. 제가 10여년 전에 대구에 갔을 때, 대구역에서 겪은 일은 그날 삼성이 힘들게 승리를 했는데, 사람들은 매우 조용하게 역내 텔레비젼을 통해서 프로야구를 관람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사람들처럼 무표정하게 아무런 흥분도 없이 보는 그들의 모습은 이상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삼성이 이기자 갑자기 많은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물론 자리에 앉은 사람들도 있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매우 조용하면서도 확실한 박수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숙연함을 느꼈습니다. 그들이 그런 자세로 양준혁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미국 사회는 그런 심정으로 지미 카터를 바라보는지도 모릅니다. 지미 카터의 왕성한 활동을 보면서, 한국에는 왜 저런 정치인이 없을까 안타까운 생각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은퇴를 하고 나서 현역이 되고 싶어 한 사람은 많습니다. 그러나 그런 사람들 중에 지미 카터와 같은 사람이 한국에는 없었습니다. 김대중과 김영삼의 배후에서의 막후노릇을 하려고 하던 자세들은 결코 아름다운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이명박도 차후에 그런 노릇을 하고 싶어하겠지만, 그렇게 느끼는 순간 이명박 역시 아름답게 보이지 않고 추하게 느껴질 따름입니다. 양준혁과 지미 카터는 분명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반드시 본받아야 할 그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포항다음산악회
글쓴이 : 동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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