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前 회장의 2인자로 불리며 5년간 국내외 건설사업 진두지휘
'MB정부 실세' 박영준과 친분설도
檢 "비자금 조성 연루"… 소환 임박, 前 베트남 법인장 박상무엔 영장
포스코건설이 베트남에서 조성한 100억원대 비자금 중 40여억원을 박모(52) 전 베트남법인장(상무급)이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 이 돈의 사용처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조상준)는 23일 베트남 비자금 조성의 실무자인 박 전 법인장에 대해 업무상 횡령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그가 비자금의 40여억원을 해외 영업에 사용하지 않고 국내로 빼돌리는 데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포스코건설은 “비자금 전액은 현지 관행에 따라 베트남 발주처 등에 리베이트로 제공됐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미 박 전 법인장이 횡령한 40여억원의 용처에 수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40여억원의 행방과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이 의문을 풀 ‘키맨’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는 정준양(67) 전 포스코그룹 회장 체제의 2인자로 불리며 실세 역할을 했다. 플랜트부문 부사장이던 그는 2009년 2월 정준양 당시 포스코건설 사장이 그룹 회장에 올라 공석이 된 포스코건설 사장이 된다. 2012년 3월에는 부회장직까지 맡아 승승장구하며 포스코건설의 국내외 사업을 진두지휘 했다. 작년 3월 물러날 때까지 그는 사실상 정 전 회장과 모든 임기를 함께 한 것이다.
또 정 전 부회장의 사장 재임기는 포스코건설의 비자금 조성시기(2009~2012년)와 겹쳐 있다. 업계에서는 “포스코의 조직문화를 볼 때, 일개 상무급 인사인 박 전 법인장이 사장 몰래 100억원대 비자금을 해외에서 조성했다고 상상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정 전 부회장이 박 전 법인장 등에게 비자금 조성을 지시했거나, 묵인했다고 보는 게 상식적이라는 얘기다. 검찰도 정 전 부회장의 비자금 조성 연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 전 부회장은 이명박(MB)정부 시절 제기됐던 포스코 관련 각종 의혹에도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MB정부 실세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 그리고 박 전 차관의 비자금 저수지로 알려진 이동조 제이엔테크 회장과의 ‘친분설’이 대표적이다. 두 사람은 정 전 회장이 그룹 회장에 오를 당시 포스코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정 전 부회장이 바로 이들 사이에서 연결고리를 맡았다는 것이다. 2012년 대검 중수부의 파이시티 비리 의혹 수사 때 이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정 전 부회장과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친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 전 부회장은 포스코의 대표적인 ‘부실ㆍ특혜’ 인수합병(M&A) 사례로 꼽히는 성진지오텍 인수 의혹에도 등장한다. 포스코플랜텍은 2010년 4월 부도 직전이던 성진지오텍을 1,600억원의 고가에 사들였는데, 정 전 부회장은 성진지오텍의 2012년 인도네시아 사업 컨소시엄에 자신의 처남을 참여시키기도 했다. 검찰은 MB정부 시절 정 전 부회장이 정치권과 밀접한 교류를 해 왔다는 사실에도 주목하고 있다.
결국 포스코의 거의 모든 의혹에 관여돼 있는 정 전 부회장 없이는 검찰 수사도 진척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정 전 부회장의 ‘입’을 열어야만 포스코건설 비자금의 용처를 파악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 전 회장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 전 부회장의 소환 조사를 기정 사실화하는 분위기다. 검찰 관계자는 그의 소환 시기에 대해 “이번 주중에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해, 내주 소환을 예고했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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