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 전 손을 못 댑니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한 대형마트 계산대 옆에서 손님이 산 물건을 부지런히 비닐봉지에 담아 주던 직원이 흠칫 놀라며 손을 멈췄다.
이 직원이 가리킨 것은 돼지고기 한 팩. 그는 시리아 출신 무슬림이었다.
"이건 손님이 직접 담아주세요."
이슬람에 관심없는 사람도 무슬림은 돼지고기와 술을 먹지 않는다는 것쯤은 안다.
이것을 이슬람식으로 말하면 '하람'(이슬람에서 금지된 것)이다. 무슬림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물론 되도록 만지지도 않으려 한다.
이 때문에 이슬람권에선 돼지고기를 거의 구할 수 없다. 그나마 무슬림이 아닌 외국인에게 관대한 두바이 정도가 이슬람권에서 돼지고기를 구경할 수 있을 정도다.
무슬림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이유는 돼지가 중동 사막의 유목생활에 부적합했다는 설, 기생충과 지방이 많아 쉽게 부패해 꺼린다는 설 등 분분하다.
분명한 것은 쿠란(이슬람 경전)에 "죽은 고기의 피와 돼지고기를 먹지 말라"(2장 173절)라는 구절이 돼지고기가 이슬람에서 하람이 된 근거라는 점이다.
최근엔 한국에서도 서서히 알려지는 '할랄'(이슬람에서 허용된 것)을 구분하려면 하람을 먼저 정확히 알아야 한다.
하디스(예언자 모하마드의 언행록)는 하람으로 규정된 것 외엔 할랄으로 본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할랄과 하람은 무슬림 신앙과 삶의 전반적인 태도에 관한 것이지만, 사람이 매일 접하는 음식, 특히 육식에 주로 적용된다.
쿠란은 이에 대해 알라의 이름으로 잡지 않은 것, 목을 조르거나 구타하는 방식으로 잔인하게 죽인 것, 서로 싸우다 죽은 것, 우상 제사에 쓰인 것 등을 하람으로 이른다.
아울러 하디스는 뾰족한 엄니나 독이빨을 가진 짐승, 맹수, 매, 독수리 등 발톱이 날카로운 조류, 돼지, 곤충, 파충류 등도 하람에 포함했다. 엄격히 금하는 술도 마찬가지다.
고깃덩어리 뿐 아니라 이런 짐승에서 나온 재료로 만든 소시지, 식음료와 같은 가공품은 물론 돼지의 콜라겐 성분이나 알코올이 들어가는 화장품, 의약품도 하람이다.
돼지를 썬 칼로 할랄 식품을 다듬어서도 안되고 하람으로 규정된 짐승의 가죽이나 털이 섞인 의류나 피혁제품도 무슬림은 피해야 한다.
한국의 고추장이 이슬람권에 수출되기 어려운 까닭이 발효과정에서 알코올 성분이 나오기 때문이다. 1990년대 말 한국의 대표적인 라면 업체가 이런 종교적 규율을 알지 못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돼지고기가 포함된 스프가 든 라면을 수출했다가 수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바꿔 말하면 하람의 반대인 할랄은 알라의 이름으로 동물의 고통을 최소화 해 죽인 낙타, 양, 소 등 초식 동물의 고기와 물고기, 채소, 과일류 등이 된다.
갑각류, 어패류, 연체동물, 비늘없는 생선 등 해산물은 종파마다 다르지만 중동인들은 꺼리는 편이다.
이슬람에서 허용된 짐승이라고 해서 아무렇게나 도축해선 안된다. 반드시 무슬림이 '다비하'라는 의식에 따라 잡은 짐승이라야 할랄이 된다.
언뜻 보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절차이지만, 할랄 음식은 그만큼 정결하고 영적인 의미를 지닐 뿐 아니라 음식 하나에도 종교성을 부여하는 이슬람 사회의 성격이 그대로 반영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그렇지만 현대사회에선 할랄과 하람을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가공 기술이 더 발달해 한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가 수십가지가 넘고 1천400년전 쿠란과 하디스가 언급하지 않은 식재료와 첨가물이 새로 새로 생겨난 탓이다.
짐승 도축 과정만 해도 이젠 다비하만으론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이런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맞춘 제도가 할랄 인 이런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맞춘 제도가 할랄 인 이런 시대적 변화의 흐름에 맞춘 제도가 할랄 인증제도다.
이 제도는 할랄 식품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견한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서 시작됐지만, 이슬람의 본산인 중동이 점차 눈을 뜨게 되면서 아랍에미리트(UAE)가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현재는 이슬람권의 300여개 할랄 인증기관이 각자의 기준을 세워 자체 발급한다.
이런 측면에서 할랄 인증은 보기 드물게 종교적 규율과 비즈니스 영역이 만나는 접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슬람의 규율에 대한 유권 해석이 나라와 종파마다 다른 탓에 국제적 표준화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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