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에 핀 꽃이여
청계 정헌영
6월에 흘린 피
그 넋으로 피운 이름 모를 꽃이여
동강난 어느 산골짜기 홀로 누워
망향가를 부릅니다
그날의 진한 피비린내
강산에 뿌리고
아직도 아물지 않는 깊은 아픔에
잠들지 못한 영혼은 구천을 떠돌면서
휑한 두 눈에 잡초만 무성히 자랐습니다
찬란히 빛냈어야 할 그대들의 꽃
몽땅 승냥이에 꺾이고
붉은 늑대에 짓밟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흔(戰痕)을 어루만지며
어머니를 부르는 비운의 꽃들이여
6월의 뜨거운 태양이여
흰머리 흩날리며 잡초가 된 이 여린 꽃들에
희망의 빛으로 찬란한 꽃을
아름다운 꽃을 마음껏 피우게 해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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