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송달송 삶★

구룡포 대게, 그 현장에 가다

별고을 동재 2007. 3. 20. 08:30

 

(3월2일 구룡포항 아침하늘, 잔뜩 흐려있다)

 

 

(출항 준비가 한창이다)

 

 

(통발 안에 달린 고무밴드에 대게 미끼용으로 다랑어를  끼우고 있다)

 

지난 3월 초, 이른 아침 구룡포항. 하늘은 수묵화를 닮았다. 서. 남해안을 비롯해 전국적으로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다. 자꾸 하늘만 바라보는 맛객과 달리 선원들은 통발을 배에 싣는데만 열중이다. 요동치는 구름과 바람에 실려 금방이라도 빗방울이 떨어질 것만 같다.

 

 

(출항)

 

8시 15분, 맛객을 비롯해 선장과 선원 등 모두 6명이 배에 올랐다. 엔진소리와 함께 구룡포항이 멀어진다. 배가 지나간 자리는 하얀 물길이 생긴다. 비좁은 선실 한쪽에 자리를 틀고 앉았다. 불편하다. 기계소리는 정신을 갉아먹는 괴물의 울음소리로 들린다.

 

드디어 바다가 우리를 감싸 안았다. 육지와 단절은 물질의 늪에서 벗어났다는 뜻이다. 지금부터는 원초적 삶의 본능만이 우리를 지켜 줄 것이다.

  

 

(다랑어 미끼)

 

 

(통발을 바다에 던지는 작업중이다)

 

 

(풍덩!)

 

구룡포항을 뒤로 한지 한 시간이 지나자 괴물의 울음소리도 수그러진다. 그때서야 침묵을 지키던 선원들의 몸동작이 부지런해진다. 통발을 바다 속으로 내리는 작업이 시작된다. 통발 안에는 큰 고등어만한 다랑어 2~3마리가 들어있어 게를 유혹하게 된다.

 

 

(며칠 전에 내린 통발을 올리기 위해 부표를 거두고 있다)

 

 

(무엇이 올라올까?)

 

 

(돌이다. 통발을 180미터 해저까지 내려가게 하는 용도의 돌이다. 이제 곧 통발이 올라온다)

 

 

(통발이 올라온다. 하지만 대게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10여분 작업을 마친 배는 장소를 옮긴다. 바다에 떠 있는 부표를 건지자 미리 내려놓은 통발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처음으로 올라오는 게를 포착하기 위해 시선을 고정해 보지만 게는 보이지 않고 점점 집중력만 흐트러진다.

 

마지막 통발이 올라오는데도 게는 단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다. 통발에 자갈이 올라오는 걸 보면 위치 선정이 잘못된 결과다.

 

 

(이건 왜이래? 웬 흑탕물?)

 

 

(자갈이다)

 

 

(다른 부표를 향해 이동 중, 배 위에서는 커피 한 잔의 맛도 특별하다)

 

다시 배가 물살을 가른다. 배 뒤쪽에서 어떤 물체가 수면위로 모습을 드러냈다가 들어간다. 돌고래다. 돌고래 3마리가 우리가 탄 배를 뒤쫓고 있다. 배의 속력에 결코 뒤지지 않는 스피드를 자랑한다. 배가 멈추자 돌고래의 경주도 끝나고 녀석들은 좌회전해서 사라져 간다.

 

돌고래 동영상으로 보기 http://blog.daum.net/cartoonist/9785756

 

 

(다시 통발을 올리기 시작한다. 이번엔 처음부터 게가 들어있다)

 

 

(연 이어 올라오는 통발에는 게가 여러 마리 들어있다)

 

 

(바닥에 게가 쌓여져있다)

 

대게 잡는 모습 동영상으로 보기 http://blog.daum.net/cartoonist/9807959

 

 

 

(즉석에서 회로도 먹어본다)

 

 

(대구와 아귀, 백고동(골뱅이)들)

 

 

(싱싱한 이놈을 가만 놔두면 실례지)

 

 

(골뱅이 회)

 

다른 부표의 통발을 걷어 올리기 시작한다. 이번엔 첫 통발부터 게가 들어있다. 순식간에 갑판 한 쪽이 붉게 물들기 시작한다. 간간이 아귀나 명태, 골뱅이라 부르는 백고동도 올라온다. 골뱅이는 즉석에서 잘라 회로 맛본다. 생김 그대로 순백한 맛, 아독아독 씹히면서 단맛이 난다.

 

 

(체장 길이 9cm가 안 되는 게는 다시 돌려 보내진다)

 

통발에 올라온 게는 모두 수족관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다. 체장 세로길이가 9cm 이상만 거두고 나머지는 다시 바다로 돌려보내진다. 그렇다면 바다로 던져진 게는 무사히 돌아가 잘 살아갈 수 있는 걸까?

 

한 대게업자의 말에 따르면 생존율은 겨우 70프로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통발의 경우이고 그물은 50프로 정도로 떨어진다고 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있어야 하겠다.

 

 

(구룡포 위판장에 펼펴진 대게)

 

올해는 대게가 대풍이다. 구룡포와 죽변 위판장에는 점심시간을 넘겨서까지 경매가 이뤄지고 있다. 거기에다 북 핵실험으로 인해 북한산 게가 일본으로 수출길이 막히자 국내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 바람에 가격도 예년에 비해 많이 내렸다.

 

당장의 이익이 아니라 미래를 내다본다면 9cm 이상만 잡게 되어있는 규정을 고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일본의 경우 체장 길이가 13cm 이상 되어야만 잡을 수 있다. 9cm인 우리보다 4센치나 더 큰 게를 잡는다. 그런 이유로 그들의 게는 고가에 판매된다. 일단 많이 잡는데 치중해 가격하락의 결과가 생기는 우리와 비교되지 않을 수 없다.

 

잡을 수 있는 대게 크기, 한국 9cm 일본 13cm

 

무료함이 감돌 때 쯤, 선원 한명이 대게를 찌기 시작한다. 육지의 대게와 여기 있는 대게가 같은 모양이라지만 맛까지 같을까. 대게 맛을 좌우하는 건 다리의 속살이다. 싱싱한 놈은 육질이 가득 찼을 뿐 아니라 쫄깃하면서 단맛이 난다. 기분 좋은 향까지 있다면 더 이상의 맛은 기대하지 말라.

 

맛을 좌우하는 또 하나는 게장이다. 일단 빛깔에서 연녹색이 나고 기름짐이 눈에 보인다면 싱싱함을 의심할 필요가 없다. 반대로 검은 빛깔 난다면 맛이 간 놈이다. 대게 쪄지는 향이 미각을 돋게 한다.

 

다 익었나보다. 흔들거리는 갑판위에서 대게파티가 열린다. 각자 한 마리씩 들고 다리를 뜯는다. 종이컵엔 넘치도록 술이 따라진다. 단 숨에 맹물 마시듯 넘기고 향기로운 대게 살에 입을 맞춘다. 술에 취했나. 대게 맛에 취했나. 분위기에 취했나. 무슨 맛인들 어떠랴. 이 맛에 취하니 바다를 품에 안을 만큼 마음이 넉넉해진다.

 

오후로 접어들자 결국 하늘이 터졌다. 빗줄기가 바다를 적신다. 선원들은 비를 무시하며 하던 일을 계속한다. 걷어 올려 진 통발은 다랑어를 교체하고 다시 바다로 던져진다. 단순한 노동의 반복이지만 긴장을 늦출 수는 없다. 상대는 바다가 아닌가.

 

 

(대게 라면)

 

힘든 육체적 노동 후 먹는 새참은 라면이다. 김치도 없이 먹는 라면이지만 느끼함은 어디에도 없다. 바로잡은 대게 가 들어간 까닭이다. 어느덧 검푸른 바다에 어둠이 깔린다. 입항을 서두른다. 구룡포항에 도착한 시간은 7시 무렵. 꼬박 11시간동안 바다에 있었다.

 

 

(우리나라 지도상에서 꼬리 쪽에 해당되는 호미곶 일대가 보인다)

'★알송달송 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화  (0) 2007.03.26
정선전씨와 전오륜 잊고있는 우리역사  (0) 2007.03.21
3월 이벤트 산행 계획  (0) 2007.03.09
강구 풍물거리에서  (0) 2007.03.05
강구 풍물 어시장에서  (0) 2007.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