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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자 정씨, 2004년 ‘도우미 실종’ 사건과도 연관?

별고을 동재 2008. 3. 19. 08:21

용의자 정씨, 2004년 ‘도우미 실종’ 사건과도 연관?

 


◇경찰이 18일 경기 시흥시 군자천에서 발견된 어린이 시신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로 보내기 위해 차량으로 옮기고 있다.

시흥=이종덕 기자

경찰이 18일 우예슬양의 것으로 추정되는 토막 난 시신을 정씨가 자백한 곳에서 발견함에 따라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사건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특히 2004년 군포 전화방 도우미 실종사건 수사 당시 정씨를 긴급체포했다가 풀어준 적이 있어 정씨의 ‘연쇄살인’ 가능성에 대해서도 집중 수사하고 있다.

◆범행 동기 추궁=경찰은 정씨의 진술을 바탕으로 예슬양의 것으로 보이는 시신의 일부를 찾아냄에 따라 남은 의혹을 푸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경찰은 일단 실종 어린이들의 것으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지만 여전히 범행 동기와 살해 수법, 시신 훼손 장소 등은 규명되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두 어린이의 시신을 자신의 집 안 화장실로 옮겨 톱으로 절단한 뒤 혜진양은 수원 호매실 나들목 근처 야산에, 예슬양 시신은 시화호 근처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범행에 사용한 톱은 안양에서 샀으며, 범행 후 자신의 집 근처 공터에 버렸다면서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범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실제로 이날 정씨 말대로 시신으로 추정되는 일부가 시화호 인근 군자천에서 발견되고, 정씨 집 화장실에서 미량의 사람 혈흔이 발견된 만큼 집 안이 범행 장소일 개연성이 커졌다.

다만, 정씨가 “교통사고로 아이들이 숨졌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 어린이들이 어디서 살해됐는지 미지수다. 경찰은 교통사고라는 진술 자체가 거짓이라는 판단에 따라 정씨가 자기 집이 아닌 은밀한 곳에서 살해와 시신 훼손을 했을 것으로 보고 사건의 핵심 부분을 밝혀 줄 ‘제3의 범행장소’와 범행 동기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도우미 실종 당시 긴급체포된 적도=정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2004년 군포 전화방 도우미 실종사건 당시 경찰에 긴급체포돼 조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정씨가 당시 사건에 깊숙이 개입됐을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이번 사건 수사 이후 여죄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실제로 혜진양과 예슬양의 살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정씨가 범행 자백 후에도 범행 동기와 시신 유기장소에 대해 수시로 말을 바꾸며 거짓 진술을 한 정황을 미뤄, 2004년 부녀자 실종사건 당시에도 이번처럼 거짓 진술로 교묘히 수사망을 빠져나갔을 개연성이 높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2004년 당시 유력한 용의자로 떠올라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거짓 반응이 나왔다”며 “당시 정씨가 몬 에스페로 승용차에서 야삽도 2개 발견됐지만 직접 증거가 되지 않아 풀려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부녀자실종사건을 정씨의 연관성에 초점을 맞춰 원점에서 수사를 재개해 정씨 연루 여부를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미 이 부분에 상당한 심증을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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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 허위자백인가=정씨는 경찰에서 범행 동기와 관련해 “혜진양과 예슬양 실종 당일인 지난해 12월25일 오후 9시쯤 집 근처에서 렌터카를 몰고가다 두 어린이를 치어 숨지게 했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두 어린이를 죽였으나 살해가 아니라 과실치사라는 논리다. 경찰은 이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보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양의 시신과 정씨가 빌린 렌터카 모두 교통사고 흔적이 없었다. 또 정씨가 말한 도로에 사고 흔적이나 목격자가 없었고, 정씨가 주장하는 교통사고 시각(오후 9시)과 렌터카 대여 시각(오후 9시50분)도 다르다. 경찰은 정씨가 ‘살해 혐의’를 피하려 의도적으로 거짓 진술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정씨는 완전범죄를 꿈꾸다 뜻밖에 혜진양의 시신이 발견되자 두 어린이의 사망과 유기는 인정하되 가장 큰 형벌이 적용되는 ‘살인 및 범행동기’를 숨기려고 허위자백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경찰이 정씨 집에서 확보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머리카락은 썩는다, 호매실IC, 토막, 실종사건’ 등의 단어를 검색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정씨가 범행 후 체포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