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장춘몽 시 : 권오범 토담집 하나 강가 솔버덩에 앉혀놓고 철없는 병아리나 몇 마리 가르치며 물안개 애무 간지러워 숨바꼭질하는 달래 냉이 쑥 씀바귀 고것들과 봄을 오독오독 씹어 먹고 살았으면 넥타일랑 염소나 격식 차리게 하고 깜장고무신에 베잠방이 적삼 걸치고 살평상에 앉아 계절과 노닥이며 대강대강 살았으면 좋으련만 에누리 한 푼 없는 시간에 쫓겨야 하는 팍팍한 현대판 머슴살이에 툭하면 가위눌리는 도회지 촌놈 그깟 지상 최대의 꿈이 요원하다 돈의 노예에서 해방되긴 다 틀린 조락의 길 빌딩 옥상에서 쓸데없이 담배만 축내다 무심코 내려다본 은행나무 가로수들은 봄비 머금어 희망찬 옹알이가 한창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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