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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싸움 없는 LG…구씨·허씨 60여년의 약속

별고을 동재 2012. 5. 12. 22:52

재산싸움 없는 LG…구씨·허씨 60여년의 약속

  • 설성인 기자 seol@chosun.com 입력 : 2012.04.29 13:54
  • LG가(家)는 국내 재계 에서 모범적인 가문으로 불린다.
    구자경 LG 명예회장이 최근 88번째 생일을 맞아 가족, 친지 등과 함께 미수연을 가졌다./LG 제공
    990년대 후반부터 LG화재를 시작으로 아워홈, LS, GS그룹 등이 차례로 분리됐지만
  • 지금까지 재산을 놓고 집안싸움 한 번 난 적이 없다.
  • 게다가 구씨와 허씨의 동업으로 시작된 오랜 두 가문의 인연은 피를 나눈
  • 형제보다 더욱 돈독하다.
    실제 최근 구자경 LG(003550) (57,600원
  • ▼ 1,600 -2.70%)명예회장의 미수(88회 생일)연 모임에는
  • 직계 가족들은 물론 조카와 GS그룹 식구들까지 한자리에 참석해
  • 구 명예회장을 축하했다.
  • 이 행사에는 구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LG그룹 회장을 비롯해
  • 2남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
  • 3남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4남 구본식 희성그룹 부회장 등
  • 자녀들과 구자학 아워홈 회장,
  • 구자두 LB인베스트먼트 회장 등이 참석했다. 또 구자원 LIG 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 구자열 LS전선 회장, 구자은 LS전선 사장 등의 사촌과 허창수 GS(078930) (59,600원
  • ▼ 1,200 -1.97%)회장, 허동수 GS칼텍스 회장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LG는 구자경 명예회장부터 장남인 구본무 LG그룹 회장까지
  • 모두 묵묵히 자신의 할일만 하면서
  • ‘조용한’ 가풍을 유지하고 있다
  • . 집안 행사에서도 검소하고 소박한 문화를 이어가
  • 최근 구자경 명예회장의 미수연도
  • 소리소문 없이 조촐하게 치러졌다.
  • 돌출 발언을 하거나 남에게 피해가 가는 행동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것이
  • LG가의 또 다른 특징이다.
구자경 LG 명예회장과 부인 고 하정임 여사./조선일보 DB

◆ 엄격한 유교집안…어른이 정한 기준 자손들이 철저히 지켜

LG는 1999년 LG화재를 시작으로 LG벤처투자,

아워홈, LS, GS그룹 등을 차례로 분리했다.

삼성·현대·두산·금호 등에서 보듯 한국의 재벌들은 통상 재산배분이 일어나면

집안싸움이 일어나고 형제간의 혈투가 빚어지곤 한다.

하지만 LG만은 유독 잡음 없이 대규모 분가를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었다.
이는 LG가 엄격한 유교집안으로 집안 어른이 정한 기준을

자손들이 철저히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계열분리의 신호탄이 된 LG화재는 정부의

‘5대 그룹 생명보험사 진출 금지’ 정책에 맞물려 분리됐다.

고 구인회 LG 창업주의 동생인 고 구철회씨가

화재를 원해 순조롭게 분가가 이뤄졌다.
아워홈의 구자학 회장은 한때 삼성에서

호텔신라 사장을 지내는 등 유통·서비스 분야에 관심이 많아

이견없이 분배에 따랐다.
2003년 말 분리된 LS그룹은 구태회·평회·두회씨가 LG의 창업공신인데다

자녀들도 적지 않아 상황이 복잡했다

. 하지만 이 역시 세 사람 가족이 갖고 있던 지분과 비슷한 가치를 지닌 회사를 주면서

큰 탈 없이 마무리됐다.
LG그룹에서 가장 큰 변동이 생겼던 GS그룹 분리건 역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GS칼텍스, GS건설, GS홈쇼핑, GS리테일을 주축으로 한 GS그룹은

자산이 20조원에 가까울 정도로

규모가 컸기에 구자경 명예회장측에 비해

허씨들의 재산이 지나치게 많은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구인회 LG창업주와 동업을 했던

고 허만정씨가 처음 사업자금을 댄 후에도 허씨들이

계속 자금을 출자했고 그 비율은 65대35로 정해졌다.

지난 1982년 구자경 명예회장 부부와 구본무 LG그룹 회장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조선일보DB

◆ 구씨와 허씨의 피보다 진한 인연LG는

구씨와 허씨의 동업으로 시작됐다.

두 가문의 인연은 구인회 LG 창업주의 8대조인구반공씨 시절부터 시작됐다.

구반공씨의 부친이 진주의 만석꾼인 허씨 집안으로 장가를 왔다.

구인회 LG 창업주 역시 이웃인 허만식씨의 장녀 을수씨와 혼례를 올렸다.

이후 구씨와 허씨는 겹사돈을 계속 맺으면서 두 가문의 끈끈한 관계를 이어왔다.
구씨와 허씨는 1946년 1월 구인회 LG 창업주의 장인(허만식씨)의

육촌인 허만정씨가 사업자금을 내놓고

아들(허준구)의 경영수업을 구인회 창업주에게 부탁하면서

동업자 관계로 발전했다.
고 허준구 회장이 LG건설·LG전선 회장 등을 지냈고,

허창수 GS그룹 회장, 허정수 GS네오텍(전 LG기공) 사장,

허진수 GS칼텍스 부사장 등의

일가가 LG의 경영에 깊이 간여했다.
2002년 허준구 회장이 타계한 이후에도

구씨와 허씨 집안 자손들은 조상 대대로 전해져온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9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LG와 LCD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한

네덜란드 필립스의 크리스 털리 전 회장은합작파트너로 LG를 택한 배경을

“LG그룹의 구씨와 허씨가 50년 이상 동업자로서

아무런 잡음 없이 경영하는 걸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 조용한 가풍…일찌감치 후계구도 정리
이달 24일에 열린 구자경 명예회장의

미수연은 LG의 가풍을 보여주는 자리였다.

가족, 친지 등 100명만 초대해 구 명예회장의 인생여정을 돌이켜보는

영상물을 시청하고 직계자손들의 헌수와 절,

축하떡 커팅 순으로 진행됐다.

국내 재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호화판 생일 잔치는

LG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구자경 명예회장은 1995년 서울 여의도 트윈타워에서

그룹 총수로서 마지막 행사를 가지고 은퇴했다.

그는 당시 “이제 자연인(自然人)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이후 경영에 일체 간여하지 않고

충남 천안 인근에서 시골생활로 세월을 보내왔다.

자신이 직접 버섯을 재배하고 메주를 띄우며

평범한 시골 노인처럼 남은 여생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사망 직전까지 후계문제를 명확히 확정짓지 못한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나 후계자 확정 이후에도

세상을 떠날 때까지 경영일선에서 손을 떼지 않았던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와 달리 일찌감치

자손들에게 그룹의 미래를 맡긴 여유가 담긴 대목이다.
구자경 명예회장의 장남인 구본무 LG그룹 회장 역시

자신의 존재를 대·내외 크게 알리지 않는다.

재벌 회장들이 경호원을 대거 대동하고

수행원들을 옆에 두고 다니지만 구본무 회장은 필요한 경우에만

소수의 수행원과 같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가(家)는 역사는 물론

가풍으로 볼 때 국내에서 보기 드문 모범적인 가문”라며

“재벌이 국민들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어떻게 행동해야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德不孤 必有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