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와 상식★

에볼라 때문에.. 아프리카人 차별 심해질까 걱정"

별고을 동재 2014. 8. 5. 15:21

 

서울 사는 아프리카인들의 사랑방으로 통하는 이태원의 한 아프리카 음식점. 평소 시장통처럼 왁자지껄하던 5평짜리 식당은 4일 오후 조용한 분위기였다. 10명 남짓한 손님들 시선은 TV 속 CNN 뉴스에 고정돼 있었다. 식탁에선 주로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얘기가 오갔다. 튀긴 바나나와 볶음밥, 생선 수프 등으로 점심을 끝낸 이들은 누구 하나 자리를 뜨지 않았다. TV가 안 보이는 자리에선 휴대전화로 CNN을 시청하기도 했다.

콩고에서 온 에스더(28)씨는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는 "에볼라는 20년 전 콩고에서 수백명을 죽인 무서운 병이라 잘 알고 있다"며 "가족이랑 친구들이 걱정되지만 전화가 잘 연결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나이지리아 출신 켈리(28)씨는 "이곳 나이지리아인들은 이웃 나라를 걱정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사망자가 계속 발생해 매일 뉴스를 보며 관련 지식을 얻고 있다"고 했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등 에볼라 감염자가 수백명씩 발생한 고향에 가족과 친지를 두고 온 아프리카인들은 발만 동동 굴렀다. 라이베리아 국적의 살로메(23)씨는 "가족이 수도인 몬로비아에 사는데 에볼라 때문에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원 레스토랑에서 일하는 그는 가족들에게 매달 150달러를 송금한다고 했다. "집 안에만 있으니 음식과 물, 약이 필요한 처지인데 돈을 더 보내고 싶어도 형편이 안 돼요. 매일 통화하고 싶어도 이번 달 해외 통화 카드도 바닥이 났어요." 라이베리아에선 지금까지 에볼라 바이러스로 200여명이 사망했다. 그는 "고향에선 인터넷이 느리고 비싸 가족들이 주위 상황을 알 수 없다"며 "내가 CNN과 페이스북을 뒤져 알아낸 에볼라 관련 소식이 가족들에게 절실한 상황인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역시 라이베리아에서 온 한 여성(28)은 "SNS로 연락을 주고받던 고향 친구가 에볼라에 걸렸다"고 했다. 그는 "나는 난민 신분이라 돈이 없고 도울 수가 없어 화가 난다"고 했다. 라이베리아 서울 커뮤니티 회장 제르망씨는 "여기 사는 라이베리안들은 대부분 가난한 난민이라 돈이나 의료용품을 보낼 형편이 안 된다"고 했다. 감염자 500여명이 발생한 시에라리온 출신 알렉스(27)씨는 "한국에 있는 시에라리온 사람은 20명도 안 되지만 함께 모여 최대한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에볼라가 아프리카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더 깊게 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도 있었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온 매치(27)씨는 기자가 에볼라 관련 질문을 던지자 손을 내저었다. 그는 "안 그래도 한국에서 흑인으로 살기 힘든데 에볼라 때문에 한국에 갓 들어온 아프리카인들이 더 차별받을지 모른다"며 입을 다물었다. 현재 용산구에 등록된 아프리카계 외국인은 1289명. 경찰 관계자는 "아프리카인들은 한국인들이 에볼라에 민감한 사실을 알고 있다. 그래서 에볼라 관련 얘기를 꺼리는 것 같다"고 했다.

이태원의 상인들도 걱정스러워했다. 아프리카 거리에 있는 한 휴대전화 매장 아르바이트생 주위(26·중국)씨는 "여기에서 1년 정도 일했는데 저번 주 매출이 반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아프리카인 고객이 많은 가게 특성 탓에 다른 나라 손님들 발길이 줄었다는 것이다. 그는 "가게에 오는 아프리카인 고객들은 자주 아프리카로 들어갔다 나왔다 하는 사람이라 걱정되는 마음이 없지 않다"고 했다. 평소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한 바비큐집에 근무하는 이모(55)씨는 "에볼라 바이러스 얘기가 나온 뒤부터 내외국인 발길이 뜸해졌다"며 "최근 들어 아프리카 사람들을 꺼리는 것 같아 더 신경 쓰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