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18일 발표된 비서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 일부 인선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전날 진용이 드러난 내각은 관료 출신과 전문가를 중용했다면 청와대 인사는 친박(친박근혜)계 정치인이나 인수위 출신을 핵심에 배치했다. 실무형의 '일하는 내각' 위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강한 청와대'를 포진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사실상 '박근혜 친정체제'를 구축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박상병 시사평론가는 이날 통화에서 "내각에 관료 중심의 전문가를 채웠고 청와대도 국가안보실장경호실장 내정자는 상대적으로 정무 경험이 부족한 인물"이라며 "박 당선인이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를 앞세워 직접 국정운영을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당선인은 지난해 비상대책위원장으로 4·11 총선을 주도하고 대선 후보로 전국을 순회하는 과정에서도 늘 직접 현안을 챙겼다. 당의 간판과 당헌·당규를 뜯어고치거나 역사 인식 논란에 대응하면서 때론 주변의 의견을 경청했지만, 결국 최종 결심은 박 당선인 몫이었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통치 스타일이 인선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한국정치아카데미 김만흠 원장은 "청와대, 특히 그 안에서도 비서실은 박 당선인을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갈 수밖에 없다. 행정부와 입법부를 넘나들며 박 당선인의 뜻을 전달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허 내정자는 물론이고 유민봉 국정기획, 곽상도 민정, 이남기 홍보수석 내정자도 한결같이 박 당선인과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박 당선인의 안정적인 인사 스타일에 대한 비판론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청와대와 내각 인선에서 '박근혜 키즈(Kids)'가 많이 포함된 것은 박 당선인의 인재 풀이 넓지 못함을 증명한 것"이라며 "애초에 기대했던 책임총리나 책임장관이 제대로 실현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내각과 청와대 인사 24명 중 고시 출신이 15명에 달한다. 전문성은 갖췄지만, 박 당선인과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의성 있는 인재를 발굴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이철희 소장은 "박 당선인이 국정을 일사불란하게 끌고 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했지만, 참신한 인재나 스타급 인사는 눈에 띄지 않는다"며 "박 당선인이 '새 시대를 열겠다'고 한 약속을 감당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