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수미터씩 튕겨나가고 몸에 불 붙었다"
(여수=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갑자기 폭발해 다 날아가 버렸어요. 정신을 차려보니 옷이 다 타버렸더라구요. 죽는 줄 알았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지난 14일 발생한 여수 대림산업 폭발사고의 생존자는 당시 상황이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고 증언했다.
폭발사고로 부상을 당한 그는 "주변 유리창이 다 깨지고 사일로 주변에 있던 작업도구와 사람 가릴 것 없이 다 날아갔다"며 "정신도 못차린 상태에서 살아있는 동료들과 시신을 수습했습니다"고 전했다.
현장 근로자들에 따르면 당일 오후 8시 51분께 작업자들은 퇴근 시간을 10여분 남겨두고 폴리에틸렌 원료를 저장하는 높이 25m 사일로(silo·저장탑)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높이 10m 지점에 출입문 보강판을 만들기 위해 용접작업을 하던 동료들을 기다리기 위해서였다.
오전 7시부터 14시간 동안 계속된 하루 일이 끝날 때쯤 갑자기 굉음이 들렸다.
"꽝! 꽝!"
첫번째 폭발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즈음 또 한번의 폭발이 이어졌다.
주변에 모인 작업자들은 수미터씩 튕겨나가듯 쓰러졌다.
일부는 10m아래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일로 주변의 작업도구들은 비수가 되어 주변으로 튕겨 날아갔고 주변 공장 건물의 유리창도 산산이 깨졌다.
폭발의 규모는 사고 현장에서 30m 떨어져 있던 작업자들이 나뒹굴듯이 쓰러질 정도로 엄청났다.
사일로 맨 꼭대기에 설치된 해치(덮개)는 종잇장처럼 구겨졌고 그 사이로 화염이 10여m 이상 치솟아 멀리 떨어진 공장 근로자들도 이 장면을 목격했다.
화염은 사일로 10m지점에서 맨홀 구멍을 뚫고 용접작업을 하던 근로자들도 덮쳤다.
한 생존자는 "폭발에 잠시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 옷이 다 타 있었다"고 말했다.
상부 작업자들은 폭발에 쓰러져 숨졌고 충격에 지면으로 떨어져 변을 당하기도 했다.
신원을 확인하기 어려울 만큼 심하게 훼손된 시신은 당시 아찔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다.
동료들은 시신확인을 위해 병원 영안실을 찾았다가 검은 머리와 하얀 피부의 동료가 금발로 염색한 듯 머리카락이 그을리고 새까맣게 타버린 얼굴 등을 보고 말을 잊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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