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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號)란 무엇인가 ?

별고을 동재 2016. 4. 20. 15:46

호(號)란 무엇인가 ?

호에 대한 참고문헌을 요약해 보면
사람이 본이름이나 자(字) 외에 허물없이 부를 수 있도록 지은 이름.

호는 2종 이상의 이름을 가지는 풍속〔複名俗〕, 또는 본이름 부르는 것을 피하는 풍속(實名敬避俗)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

중국의 경우, 호의 사용은 당대(唐代)부터 시작하여 송대(宋代)에는 보편화되었고, 우리 나라에서도 삼국시대부터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원효(元曉)의 호는 ‘소성거사(小性居士)’, 효자인 성각(聖覺)의 호는 ‘거사(居士)’, 낭산(狼山) 아래 살던 음악가의 호는 ‘백결선생(百結先生)’이라 하였다는 기록으로 보아 알 수 있다.

이러한 호는 자신이 짓기도 하고, 남이 지어 부르기도 하였다.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호는 아호(雅號)와 당호(堂號)로 나누기도 한다. 아호는 흔히 시·문·서·화의 작가들이 사용하는 우아한 호라는 뜻으로 일컬음이요,

당호는 본래 집(正堂과 屋宇)의 호를 말함이나, 그 집의 주인을 일컫게도 되어 아호와 같이 쓰이기도 한다.

호를 짓는 기준에 대해 이규보(李奎報)는 그의 ≪백운거사어록 白雲居士語錄≫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거처하는 바를 따라서 호로 한 사람도 있고, 그가 간직한 것을 근거로 하거나, 혹은 얻은 바의 실상을 호로 한 사람들도 있었다.”

여기서 세 가지 기준을 볼 수 있는데, 신용호(申用浩)는 이 세 가지 기준에, “자신이 목표로 삼아 도달한 경지나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와 의지에 따라서 호를 짓기도 한다.”는 한 가지를 더하여, 네 가지 기준으로 들어 말한 바 있다.

① 소처이호(所處以號):생활하고 있거나 인연이 있는 처소로 호를 삼는 것,
② 소지이호(所志以號):이루어진 뜻이나 이루고자 하는 뜻으로 호를 삼는 것,
③ 소우이호(所遇以號):처한 환경이나 여건을 호로 삼는 것,
④ 소축이호(所蓄以號):간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특히 좋아하는 것으로 호를

                                  삼는 것 등의 네 가지가 곧 그것이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스스로 호를 짓기도 하고, 부모나 스승·친구가 호를 지어주기도 하여, 사람에 따라서는 한 사람이 여러 가지의 호를 쓰기도 한다.

이미 고려시대의 이규보는 여섯 개의 호를 갖기도 하였다. ‘백운거사’·‘삼혹호선생(三酷好先生)’·‘지지헌(止止軒)’·‘사가재(四可齋)’·‘자오당(自娛堂)’·‘남헌장로(南軒丈老)’ 등이다.

우리 나라에서 가장 많은 수의 다양한 호를 사용한 이는 김정희(金正喜)이다. 오제봉(吳濟峯)이 조사, 수집한 ≪추사선생아호집 秋史先生雅號集≫에 의하면 무려 503개나 된다.

김상옥의 대표적인 호는 ‘초정(艸丁)’이고, 한때는 그의 집 이름〔堂號〕인 ‘초초시실(艸艸詩室)’을 따라서 ‘초초시실주인(艸艸詩室主人)’이라는 6자 호를 사용하기도 하였다.

김상옥은 이 밖에도 20여 개의 호를 쓰기도 하여, 현대시인으로는 가장 많은 호를 사용한 이라 할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는 민족적인 자각과 자주적인 것을 추구하는 시대적인 기운에서 한자가 아닌 순수한 우리말로 호를 짓는 경향도 있었다.

주시경(周時經)의 ‘한힌샘’, 이병기(李秉岐)의 ‘가람’, 최현배(崔鉉培)의 ‘외솔’,

전영택(田榮澤)의 ‘늘봄’ 등이 곧 그것이다. 이병기는 자신의 호를 ‘가람’이라 한 데 대하여, 그의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술회한 바 있다.

“수당(壽堂)께 갔었다. 이말 저말 끝에 내 호를 지어준다. 한자로 임당(任堂)이라 한다. 나는 이미 가람이라 했다. 가람은 강이란 우리말이니, 온갖 샘물이 모여 가람이 되고 가람물이 나아가 바다가 된다.

그러면 샘과 바다 사이에 있는 것이다. 그 근원도 무궁하고 끝도 무궁하니 영원하며, 이 골물 저 골물 합하여 진실로 떳떳함을 이루니 완전하며, 산과 들 사이사이에 끼여 뭍〔陸〕을 기름지게 하니 조화(調和)함이다. 이 세 가지 뜻을 붙이어 지음이라. 우리말로는 가람이라 하고 한자로는 임당(任堂)이라 하겠다.”

이 일기는 1920년 7월 31일자의 것이다. 저때에 이렇듯 순수한 우리말로 호를 쓰고자 한 것은, 그 말이 지닌 뜻도 뜻이려니와 민족적·자주적인 것을 찾고자 한 당시 선인들의 생각에서였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선인들은 자신의 호에 대하여 설명한 변(辨)이나 기(記)를 짓기도 하였고, 남의 호를 지어줄 때에는 그 글자의 출전이나 뜻을 밝힌 글을 아울러 주기도 하였다. 이러한 글을 호변(號辨) 또는 호기(號記)라 한다.

우리 나라에는 몇 종의 ≪호보 號譜≫가 전해지는데, 명인들의 호를 수집하여 그 호와 성명 밑에 잔글씨〔細字〕로 자·본관·관위(官位)·사적(事蹟) 등을 기록해 놓은 것이다.  

오늘날에는 일반적으로 호의 사용이 옛날과 같이 성행되지 않고 있다. 더러는 호라는 말 대신에 필명(筆名, pen-name)이라 일컫기도 한다.

그러나 호에서 우리는 선인들의 풍아한 취미의 하나를 엿볼 수 있으므로, 이러한 취미는 앞으로도 이어받으면 좋을 것이다.

아호의 작법(作法)을 간단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 뜻이 있는 문자를 사용해 인생관이나 좌우명 그리고 신념 등을 알 수 있게 한다.

둘째 : 본인의 소망 취미 적성 성격 직업에 알맞은 문자를 고려해 선택해야 한다.

셋째 : 이름과 마찬가지로 부르기 쉽고 듣기 좋아서 울려서 퍼지는 소노리티(Sonority)가 좋아야한다.

넷째 : 아호 자체의 음양오행이나 수리오행에 서로 상극되는 경우를 피하고 길함이 좋다.

다섯째 : 타고난 사주와 음양오행의 조화를 이루게 하고 본명의 결함을 보완해 주어야 한다.

여섯째 : 아호 두 글자의 획수를 합하여 길한 수리를 사용해야 한다.

일곱째 : 아호는 겸손을 미덕으로 하여 높고 고귀한 문자보다는 소박하고 정감이 있는 겸손한 문자를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