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2040년 물에 잠기는 서울? 북극곰은 알고 있다

[팬더모니엄 '2020']<제5동인·끝>기후변화와 에너지 ①초불확실성 시대 연 트럼프

[머니투데이 정진우 정혜윤 ] [편집자주] 2013년 1월 머니투데이는 국내외 경제전문가 30명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집권 기간 풀어야 할 과제들을 제시했다. 과제에는 고착화되는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극복과 혁신을 통해 한국경제의 성장엔진 확보 등이 담겼다. 4년이 지난 지금 숙제들은 여전히 미완으로 남아있다. 2017년 1월, 정치 경제 사회 등 글로벌 환경은 기존의 상상을 뛰어넘는 불확실성, 복잡성, 무질서 속에 움직이는 '팬더모니엄'(아수라장 또는 복마전)으로 치닫고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국책연구기관 연구원들의 미래전망모임인 세종미래전략포럼과 함께 '촛불 이후' 한국경제를 좌우할 5가지 동인을 짚어보고자 한다.

[[팬더모니엄 '2020']<제5동인·끝>기후변화와 에너지 ①초불확실성 시대 연 트럼프]

환경재단이 2009년 뉴욕자연사박물관과 함께 서울과학관에서 진행한 전시회 모습. '2040년 서울 이렇게 변할지도 몰라요'란 주제의 코너로 기후변화로 인한 홍수와 태풍으로 물에 잠긴 시청역을 보여주고 있다./사진= 환경재단

# '2040년 여름, 홍수와 태풍으로 물에 잠긴 서울 시청역과 남산한옥마을'


다소 자극적이지만 환경재단이 2009년 미국 뉴욕자연사박물관과 함께 마련한 전시회 내용이다.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의 민낯을 보여줘 경각심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8년전 이벤트지만 지금도 회자된다, 환경재단이 이런 재앙을 예측한 근거는 무엇일까. 미국 지구정책연구소(EPI) 레스터 브라운 소장은 기후변화로 북극 빙하가 빠르게 녹는다면 해수면은 7m 높아질 것으로 주장했다. 뉴욕과 도쿄, 서울 등 바닷가 근처 도시들은 모두 물에 잠길 수밖에 없다. 지구도 하나의 생명체인 탓에 지구온난화의 한계치가 넘으면 언젠가 폭발할 것이란 얘기다.

페이스북 등 SNS(소셜네트워크시스템)엔 위기에 처한 북극곰 사진들이 자주 보인다. 작게 쪼개진 얼음위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북극곰들이 기후변화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북극곰들이 "인류의 미래가 이런 모습이다"고 얘기하는 것 같다. 실제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올라가면서, 지구촌 곳곳에선 기상이변이 일어나고 있다. 기후변화는 이제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됐다. 이런 기후변화가 또 한번 변곡점을 만났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때문이다.


◇글로벌 기후변화대응 반대하는 트럼프, '2020년' 신기후체제 근본 뒤흔드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는 거짓이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사업을 방해하려는 중국의 사기극이란 논리다. 전세계가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협의체에서도 탈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배경엔 에너지 문제가 놓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석연료 에너지 분야 개발을 통해 미국인들에게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주겠다는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는 기후변화의 원인이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화력발전소와 각종 공장 등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해 지구온난화 등을 일으킨다. 세계 각 국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교토의정서나 파리기후변화협정 등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있다.

2020년 만료되는 교토의정서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55%를 차지하는 선진 38개국들이 온실가스를 평균 5.2%이상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파리기후변화협정은 교토의정서를 대체하는 것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구분없이 전 세계 190여 국가가 2100년까지 스스로 정한 방식에 따라 의무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한다.

각 나라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수단으로 에너지효율 확대와 태양열과 풍력, 지열 등 신재생에너지를 잡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대기 중 이산화탄소(CO2)를 감축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제조업 중심 경제구조를 가진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배출량의 대부분이 산업·발전 분야에 집중됐다. 이를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개발과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전 세계의 이런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제도는 불필요한 정책이라고 공언했다. 그는 지난달 20일 취임하면서 '미국 우선 에너지 정책(America First Energy Plan)'을 발표하면서다. 자국민의 일자리를 위해 자체 에너지 생산량을 늘리는 게 골자다. 50조 달러로 추정되는 미국 내 에너지 자원을 개발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파리기후변화협정 발효를 계기로 오는 2020년 출범하는 '신기후체제'(포스트 2020)를 앞두고, 트럼프가 실제 어떤 선택을 할 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정용헌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과 교수는 "트럼프 취임 이후 기후변화대응과 청정에너지 보급을 위한 국제협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전 세계가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통해 트럼프의 독단을 막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대응하는 우리의 전략은...

기후변화와 에너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국익을 생각한다면 기후변화에 대한 전 세계적 노력에 적극 대항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전 세계가 이미 오래전 탈 화석연료의 긴 여정을 시작하는 등 기후변화에 대비하는 국제적 모멘텀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가 기후변화를 무기로 다른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다른 나라와 협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예컨대 미국 입장에서 파리기후변화협정을 무력화해 국제적인 비난을 받는 것보다, 기후변화 문제를 보호무역의 지렛대로 이용하는 게 훨씬 이득이다. 에너지 문제를 통상 관련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유무역협정(FTA) 등 각 나라와 거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 당선 전 공약과 취임 후 정책은 다를 수 있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없는 나라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클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가 미국의 신(新) 화석연료 중심 정책에 보조를 맞춘다면 우리는 화석 에너지에 더욱 종속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정책 기조와도 크게 달라진다.

현실적으로 전 세계의 장기적인 추세에 맞춰 정책을 짜는 게 합리적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를 위해 청정에너지,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보급 확대에 투자하는 등 장기적이고 독자적인 에너지 정책 수립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앞으로 4년 보장된 임기 동안 미국의 대통령이지만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은 100년을 내다봐야 하기 때문이다.

조석준 기후변화저널 발행인(전 기상청장)은 "정부내 컨트롤타워를 세워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함께 다뤄야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에 대응할 수 있다"며 "정권에 따라 5년마다 바뀌는 정책을 버리고,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만큼은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우 정혜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