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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달러에 낙마한 美예산부국장…오바마 "내 실수였다"

별고을 동재 2009. 2. 5. 08:46

298달러에 낙마한 美예산부국장…오바마 "내 실수였다"
14년전 탈세 불거져 물러나…대슐 보건장관도 사퇴

"내가 망쳤다."(CBS 인터뷰), "내 생각에는 내가 망쳤고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CNN 인터뷰), "내가 이 상황에서 실수했냐고요? 물론이다. 그리고 나는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다."(NBC 인터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8년 동안 어떤 실수도 좀처럼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달랐다. 취임한 지 불과 14일 만인 3일(현지시간) 사과를 했다. 탈세 논란으로 사퇴한 톰 대슐 보건장관 지명자 때문이었다.

오바마 행정부 고위 공직자 후보의 도덕성에 대해 싸늘해지고 있는 여론 동향을 감안한 언급이었다.

오바마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탈세 스캔들은 이날 워싱턴 정가를 뒤흔들었다.

백악관의 `성과 감독 최고책임자(CPO)`에 지명됐던 낸시 킬퍼가 먼저 오전에 전격 사퇴를 밝혔다. 그 여파로 전날까지만 해도 강하게 버티던 톰 대슐 보건후생부 장관 내정자도 끝내 두 손을 들었다.

대통령은 국민에게 `미국의 재건`을 기치로 내걸며 책임감을 호소했지만 고위 관리에 지명된 후보들이 납세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도덕함을 보인 꼴이어서 오바마 행정부는 집권 초기 최대의 궁지에 몰리고 있다.

탈세 스캔들은 경제위기 극복 작전의 사령탑으로 지명된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에게서 처음 불거졌다. 그는 2001~2003년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근무할 때 4만3000달러의 세금 신고를 누락했다가 장관 지명을 받은 다음 뒤늦게 납부했다. 상원 인준 표결에서 통과됐지만 반대 34표가 나왔다. 이미지를 구겨도 한참 구기면서 장관 일을 시작한 셈이다.

오바마가 역점을 둔 의료보험 개혁을 추진할 해결사로 보건장관에 지명된 톰 대슐 전 상원의원은 2005~2007년 세금 12만8000달러를 신고하지 않았던 점을 상원 재무위에 보고한 뒤 역시 사후에 세금과 이자 14만6000달러를 납부했다.

민주당을 후원하는 기업인에게 2005년 리무진과 운전기사를 제공받아 공짜로 이용했다가 역시 3년 후인 지난해 6월에야 이용료의 80%를 세금으로 낸 사실도 드러났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연방정부 예산의 효율적 집행과 정부개혁을 감독하고 측정하는 역할인 백악관 CPO에 지명된 낸시 킬퍼도 14년 전 불과 298달러의 세금 미납분에서 불거진 문제 때문에 낙마했다. 그는 이자와 벌금을 합쳐도 967달러라는 소액이었지만 가이트너와 대슐로 이어진 고위 관리 탈세 스캔들로 유탄을 맞고 희생양이 된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 고위직 지명자 낙마는 상무장관에 내정됐다가 사퇴한 빌 리처드슨 뉴멕시코주 주지사에서 시작됐다. 리처드슨은 자신을 후원했던 기업인에게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스스로 물러났다. 여론의 비판적 눈초리는 고위 공직 내정자들의 도덕 불감증뿐만 아니라 오바마 행정부 인사 기준의 무원칙과 난맥상에 대해 함께 쏟아지고 있다.

가이트너 재무장관이나 대슐 보건장관 내정자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은 직접 수차례 `문제 될 일이 없다`고 감싸고 나섰다. 이들의 능력을 내세우며 `약간의 세금 문제가 있지만 필요한 인물`이라고 옹호해 결국 여론을 악화시킨 꼴이 됐다.

대슐 보건장관 내정자는 2일 국민에게 사과한다는 성명을 냈지만 과거 10여 년간 상원 원내대표로 활동하면서 구축해 놓은 인맥을 동원해 버티기를 시도했다.

그러나 이런 행태는 오히려 역풍을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