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500원짜리. 상태가 좋은건 120만원에서 200만원이 넘어가지 않을까 합니다”
40년간 화폐를 수집했다는 박용권씨는 최근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이같이 말했다.
명동 동전·우표 수집상들 사이에서도 1998년 제조된 500원짜리 동전은 없어서 못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상태에 따라 최소 30만원은 호가한다”고 한 수집상은 귀띔했다.
1일 한국은행과 조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0원, 5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 생산량은 6억2000만개로 지난해와 비교해 1억개 늘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5억개 안팎의 동전이 만들어졌다.
통상 화폐는 액면가격의 가치만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사연으로 희소성을 갖게 돼 액면가의 수백~수천배 값어치가 있는 동전들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1998년 제조된 500원짜리 동전이다. 1997년말 국제통화기금(IMF) 여파로 경기가 침체에 빠지자 동전 사용량이 급증했다. 집에 저축한 동전을 긁어 모아 은행에서 바꿔 쓰는 사례가 늘어난 것이다.
동전이 매년 찍히는 것은 시중에서 쓰이지 않고 각 가정에 묶여있기 때문인데 IMF 직후인 1998년에는 500원짜리 동전을 따로 만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시중에 동전이 유통이 잘됐다고 한다.
그래서 한은은 당초 계획한 500원짜리 생산계획을 전면 수정했다. 굳이 찍지 않아도 화폐수급에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의 목적도 있었다.
이에 따라 1991~1997년 연평균 8000만개가 만들어졌던 500원짜리 동전은 1998년에는 불과 8000개 밖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자연스레 ‘희소성’이 생겼다. 수집상들 사이에서 부르는게 값이 됐고 가격은 치솟았다.
현재에도 상태가 좋은 것은 개당 100만원을 호가하고, 여러번 사용돼 다소 보관상태가 좋지 않은 것도 시세가 30만원이 넘는다고 한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장롱 속을 뒤져 찾아낸 1998년 500원짜리 동전을 50~80만원에 거래한다고 올려둔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1998년 제조된 500원짜리 동전이 시중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것은 알고 있다”며 “1998년 당시 화폐수급 조정계획이 바뀌면서 의도치 않게 희소성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1970년 제조된 10원화. /사진제공=한국은행
또한 1970년 최초 발행된 100원화는 호가가 5만원이 넘고, 1972년에 제조된 50원화도 수집상들 사이에서 10만~15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10원화는 1966년 최초 발행시 구리와 아연의 비율이 85대15로 적동화로 불리었다. 이 동전은 현재 10만원 안팎에 거래된다. 1970년 제조된 10원화는 가격이 비싼 아연 비율을 높여 좀 더 옅은 색이어서 황동화로 불린다. 이 동전은 1966년 제조된 10원화보다 더 비싼 20만원대 가격에 시중에서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한편 최근에는 인플레이션과 신용카드 사용확대 등을 고려해 10원짜리 동전 제작을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10원화는 최근 제작비용이 액면가의 2배가 넘어서면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노모씨(57세) 등 일당은 2006년 12월 이전 제작된 10원짜리 동전 960만개를 녹여 동괴로 만들어 1억6000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가 경찰에 적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