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美해군력의 상징’세계 최대 노퍽 기지를 가다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차로 3시간 남짓 남쪽으로 달려 도착한 버지니아 주 동부의 노퍽 미 해군기지. ‘세계 최대’의 해군기지답게 방대한 규모를 자랑했다.
미 대서양 함대사령부가 있는 이 기지의 소속 함정은 77척, 운용 인원은 8만5000여 명에 달한다. 미 해군의 항모 12척 가운데 세계 최초의 핵추진 항모인 엔터프라이즈 등 4척의 모항(母港)이기도 하다.
안내를 맡은 데이비드 터킷 미 해군 대위는 “함정들은 걸프 해와 인도양, 지중해 등에서 대테러작전이나 동맹군 연합훈련을 하고 있다”며 “한 번 출항하면 6개월간 바다에 머물며 맡은 임무를 수행한다”고 말했다.
기지 내 부두는 모두 14곳, 총연장이 11km로 항모 4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을 만큼 규모가 컸다.
정문에서 신분 확인을 거쳐 들어선 기지 내부는 20km²의 면적에 항공모함 등 함정용 부두시설과 함재기용 대형 격납고 및 활주로, 장병 숙영시설 등을 갖춘 ‘작은 도시’였다. 기지 내 포장도로를 따라 펼쳐진 넓은 잔디밭과 요트 정박장, 아담한 건물들을 보면서 처음엔 마치 휴양소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내 기지 상공에서 굉음을 내며 날아다니는 E-2C 조기경보기들이 군항(軍港)임을 실감케 했다.
이날 부두에는 핵추진 항모인 아이젠하워를 비롯해 최신예 이지스 구축함과 군수지원함, 초계함 등 미 해군력을 대표하는 함정 20여 척이 줄지어 정박해 장관을 이뤘다.
1977년에 취역한 이 항모는 최대 배수량이 9만1000t으로 80여 대의 함재기와 5000여 명의 승무원을 싣고 다니는 ‘해상 요새’다.
바로 옆 부두에는 9·11테러 직후에 아프가니스탄 진공 작전에 참가한 4만 t급 강습상륙함(LHD)인 ‘바탄’이 위용을 자랑했다. 한국 해군의 대형 상륙함인 독도함의 3배 크기인 이 함정은 CH-46 상륙 헬기와 AV-8 해리어기 30여 대, 공기부양정 3척 등을 탑재해 전천후 상륙작전이 가능하다.
갑판에서 바라본 건너편 부두에는 오하이오급 핵추진 잠수함 1척이 수면 위로 1만8700t의 육중한 몸체를 드러내 놓고 있었다.
기자가 팀 유하스(여) 해군 중위에게 “한국 해군도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이지스 구축함을 실전배치했다”고 하자 그는 “인터넷과 외신을 통해 얘길 들었다. 꼭 한 번 보고 싶다”고 대답했다.
부두를 떠나 돌아본 기지 내 수십 동의 격납고에는 미 해병대 소속 FA-18E/F 슈퍼호닛과 MH-53 수송헬기 등 최신예 함재기들이 정비 중이었다.
기지 관계자는 “240년 전 해적으로부터 상선을 보호하기 위해 건립된 노퍽 기지는 오늘날 전 세계 바다를 무대로 활동하는 미 해군력의 본산이자 강력한 힘의 상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