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거리엔… 현수막과 한숨만 뒹군다
경기도 시화공단에 공장 매매와 임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올해 들어 공장 매물이 지난해보다 2배쯤 늘었다”고 말했다. /김용국 기자 young@chosun.com |
"공장 급매·폐업 컨설팅 환영"
'中企 신음' 반월·시화 르포
"하루하루가 돈 구하는 전쟁
요즘 은행에서 돈 꾸기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워"
지난 15일 낮 찾아간 경기도 반월·시화공단. 중심 도로인 왕복 8차선짜리 공단2대로 주변에는 '급매 건물 500평', '신용대출 상담해드립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공단 관계자는 "시청 직원이 불법으로 설치된 현수막을 매일 걷어가는데도, 자고 나면 새로운 게 걸린다"고 말했다. 골목길 전봇대와 건물 벽에도 공장 매매와 폐업 컨설팅을 알리는 안내문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다.
◆"직원 월급은 밀려도 이자는 꼭 갚아"
이곳에서 만난 건설 중장비 부품 업체 L사장은 "하루하루 돈 구하러 다니는 게 전쟁 같다"고 하소연했다. "한 달에 20일 이상은 이자, 세금, 원자재 대금 등 돈 나갈 데가 쌓여 있는데, 은행은 대출이 안된다는 얘기만 합니다."
은행이 만기 대출은 연장해주지 않고, 신규 대출은 금리를 올리면서, 추가 담보를 요구한다. 요즘 중소기업들은 "은행에서 돈 꾸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힘들다"고 말한다.
작년 60억원의 매출을 올린 이 회사는 20억원의 대출금이 있다. 장비 도입과 원자재 대금, 운영 자금을 위해 빌린 돈이다. 이달에 갚아야 하는 원금과 이자는 4500만원. 건설 경기 불황으로 매출이 작년보다 30% 떨어져 적자로 돌아선 형편에 이 돈은 막막하기만 하다. 은행에서는 신용 대출을 거절했다. 아들 집까지 담보로 잡혀 있는 상황에서 이제 담보로 잡힐 것도 없다.
L사장은 상호저축은행에 12%의 이자를 주고 돈을 빌릴까 생각 중이다. 그는 "직원 월급날짜가 일주일 지났지만, 은행 이자부터 갚아야 한다"며 "그러지 않으면 은행 거래가 중지가 되거나 공장이 경매에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매월 이자만 1500만~2000만원이 나가고, 12월에는 원리금 5000만원을 내야 되는데, 걱정입니다."
환율, 경기 불황에 이어 금융위기에 따른 자금난의 직격탄까지 맞으면서 중소기업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단적으로 국내 은행들의 월 평균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은 올해 2분기 6조5000억원에서 3분기 3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인천 남동공단에서 비철금속 제품을 만드는 G사의 K대표는 종중(宗中) 땅을 담보로 해서 2억원을 대출 받는 방안을 놓고 고민 중이다. 보증회사에서 최근 두 달새 보증 한도를 2억원 줄이면서 2억원을 상환했기 때문이다. K대표는 "재료를 살 돈이 필요한데 담보가 없으면 안 된다고 해서 염치 없이 종중 재산을 담보로 해야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간 6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전자 부품 회사의 이대훈(45·가명) 대표는 최근 1억원의 예금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그는 당초 예금을 빼려고 했지만, 은행 측에서 "예금을 빼면 기존 대출금을 연장해주지 않겠다"고 해 오른 이자를 내고 대출을 받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154개 중소기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금융위기가 미칠 영향으로 '은행 자금 조달'이라는 응답이 '내수 감소'보다 많았다. 최근 은행 이용에서 겪는 어려움으로는 '구속성 예금(꺾기) 가입 요구'(27%), '대출금 일부 상환 후 만기 연장'(23%), '신규 대출 거부'(21%) 등이 꼽혔다.
◆공장 매물 증가… 매수자는 없어
반월공단에는 불경기를 맞아 매물로 나온 공장이 늘고 있다.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올 들어 매물이 30개 정도 되는데, 벌써 작년의 2배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은 "여름 이후 매물만 나오고 살 사람이 없다"며 "공장 용지 3.3㎡(1평)당 400만원 가던 시세가 지금은 350만원 밑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경매정보업체 디지털 태인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지역 공장 경매 물건 수는 124건으로 8월보다 35% 증가했다. 하지만 매수세는 끊겨 지난달 공장 입찰 경쟁률은 2.54대1로 8월(3.65대1)에 비해 줄었다. 낙찰률도 올 4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 중이다.
홍순영 중소기업연구원 부원장은 "중소기업이 위축되면서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지금처럼 어려운 상황에서는 금융권이 부담을 나눈다는 생각으로 중소기업 대출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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